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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며칠 전에 순방 취소라니, 무슨 나랏일을 이렇게 하나

다음 주에 예정돼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는데, 막상 '여러 요인'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상대국과 오랜 기간 조율해 결정한 것인데, 방문을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역시 김건희 여사 문제가 순방 연기 배경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방문 이후 외부 노출을 피해왔던 김 여사가 이번 순방을 계기로 다시 얼굴을 보이는 게 여론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 혼자 출국하는 것 역시 세간의 입방아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어려우니 아예 일정을 취소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해석에 손을 내젓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는 못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 순방을 연기했을 때는 "메르스 조기 종식과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는 분명한 설명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상대국의 사정은 물론이고, 국내 사정도 특별할 것이 없다. 역시 김 여사 때문이라는 설이 힘을 얻는 이유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개인적 일정이 아니다. 만나기로 했던 상대국 지도자가 있고 함께 가기로 한 기업인들이 있다. 교민 상대 행사와 따라붙는 문화예술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렇게 하찮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독일 방문은 지난해의 한독수교 140주년의 연장선에서 계획된 국빈 방문이었다. 국빈 방문의 특성상 의전 문제만 놓고도 몇 달을 협의했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상대국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지만 좋은 인상이 남았을 리 없다.

친구들 사이의 사사로운 모임도 이렇게 대하면 의가 상하고, 반복되면 따돌림을 받기 마련이다. 무슨 나랏일을 이렇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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