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경율 불출마 선언 뒤의 검은 그림자

서울 마포을 선거구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맞붙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김경율 비대위원이 갑작스레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 비대위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며 “비대위원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내리꽂기식 추천으로 사천 논란까지 빚으면서까지 깜짝 출마 선언을 한 지 불과 19일 만이다.

김 비대위원이 언급한 ‘숙고’는 무엇을 그렇게 오래 생각했다는 건지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당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부인사가 총선에서 할 수 있는 ‘비대위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반면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을 석연찮게 보는 합리적인 이유는 아주 많다. 예컨대 재선, 3선의 현역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영입인사가 개인 비리가 불거지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누군가 그의 출마를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들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이른바 ‘명품백 사건’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사과,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대통령실의 노여움을 샀다. 비슷한 시점에 일어난 한 비대위원장의 낙하산 공천 논란으로 비대위원장 사퇴 종용 등 윤석열-한동훈 갈등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너무 커져 버린 일이라 두 사건, 즉 김경율 발언으로 인한 내부갈등과 불출마 선언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뭉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에서 만나 대통령에게 90도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윤-한 갈등은 외형적으로 봉합되었지만 결국 마무리는 문제의 발원을 도려내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하지만 명품백 사건에 대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을 빼놓은 채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문제만 정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또 대통령 친인척 비위 사건에 대한 여당 비대위원의 발언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정당의 자주성을 침해한 부당한 압력 행사다. 이런 문제를 뒤로 숨겨둔 채 듣기 싫은 소리하는 사람 입 틀어막고 발 묶는 정치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면 지지자들이 추앙하는 ‘유능한 보수의 미래’와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가 고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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