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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치과의사 김광수 “과잉진료로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의료 현실이 바뀌어야”

세상 고치며 상생 꿈꾸는 치과의사이자 불교학자···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출간

김광수 치과의사가 12월 29일 충남 천안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요즘 젊은이들의 치아검진을 해보면 발치된 치아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요즈음 개원가에서 치아를 너무 쉽게 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임플란트가 도입된 이후로 만연한 풍조이다. 과거에는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치아 살리기 운동’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운동도 너무 무력하다. 빼지 않아도 될 치아는 빼면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 무너져 가고 있다.”

얼마 전 출간된 책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치과의사 김광수 씨다. 치과를 개원해 20년 넘게 환자들을 치료했고, 대학에서 17년 동안 예방치과학을 가르친 그는 현재 건강검진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구강 검진을 하며 그는 무 뽑듯 쉽게 이를 뽑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신경치료가 사라지고, 값비싼 임플란트가 늘어나는 등 과잉진료의 현실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책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치과계가 과잉진료와 상업화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지만,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는 당연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 책이 오늘날 일부 타락하고 상업화되고 과잉진료가 판치는 치과계에 경종을 울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도 떳떳하게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해가 마무리되던 지난 12월 29일 충남 천안의 한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도 그는 종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구강 검진을 했다. 노동자들의 입속 치아에서 그는 우리나라 의료, 특히 치과의료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한다.

건감검진 노동자들의
입속에서 만난 치과 과잉진료의 현실
싼 아말감은 사라지고
비싼 금, 인레이, 임플란트만 가득


“충치가 생겼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충치 부위를 제거하고, 충전하는 치료에요. 그리고, 원래 가장 대표적이고, 저렴한 충전재료는 아말감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사람들의 입에는 아말감이 많이 있고 저도 평생 아말감으로 환자들을 치료했고, 제 치아도 그렇게 치료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아말감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고 건보 혜택이 없는 금이나 인레이만 있어요. 치아 하나에 몇만 원이면 되는데 수십만 원을 들어가는 거예요. 보통 3~4개는 하니깐 그 돈만 수백만 원이 돼요.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관없는데,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마디로 가격이 싼 아말감으로 치료하면 치과 수입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치과 개업해서 대충해도 1500만 원은 벌지 않냐”는 글이 올라오자 “집에 1500만 원 갖고 가려면 총 매출이 4500만 원은 돼야 한다”면서 “결코 쉽지 않다”는 치과의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치과 운영을 위한 지출이 많이 늘어났어요. 병원도 화려하게 꾸며야 하고, 임대료 부담도 있어요. 예전엔 수입의 60~70%가 순수익이었는데, 지금은 40% 정도밖에 안 돼요. 1500만 원 벌기도 쉽지 않은 데다 그 정도에 만족할 치과의사도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김광수가 쓴 책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도서출판 말

원하는 만큼 수입을 가져가려면 한 달에 최소 임플란트 시술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산이 나온다. 과잉진료를 해야 그런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다. 뽑지 않아도 되는 치아를 뽑고, 싼 치료가 가능한데 비싼 치료를 한다. 그는 “과잉진료는 결국 돈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망가뜨려요. 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로 멀쩡한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요. 치료 기술도 발전했고 치과 의사도 훨씬 더 많아졌는데 이를 뺀 젊은 사람들이 더 늘어났어요, 예전엔 치아를 되도록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조금이라도 살려보려고 신경치료를 여러 번 하면서 애를 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치료가 돈이 안 되니 쉽게 이를 뽑아요”라며 치과의료계 현실을 꼬집었다.

“치과에 가면 아말감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아말감을 해주는 치과를
찾아가는 건 당연한 권리에요”


대형 치과, 프랜차이즈 형태의 네트워크 치과가 늘어나면서 개원의 환경은 나날이 나빠진다. 그는 “지금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치과를 찾기 힘들 정도예요. 아픈 이 치료하려고 치과의사가 됐지 환자의 이와 몸을 상하게 하려고 치과의사가 된 건지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쓴 책이 많은 독자와 언론의 관심을 끝 것도 결국 이런 현실 때문이었고, 치과 진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과잉진료는 치과병원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뜨린다. 치과 진료가 비싸지면서 돈이 없는 이들이 치과를 찾기 두렵게 만든다.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바쁘다는 핑계로, 비싸다는 이유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엉망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치아를 만나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누군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치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이라도 치과에 가면 아말감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말감 치료는 안 해주는 치과도 많은데, 그렇다면 아말감을 해주는 치과를 꼭 찾아가야 합니다. 환자 가운데는 의사와의 신뢰 때문에 병원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병원에서도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의사들이 오히려 불신을 키운 겁니다. 아말감을 해주는 치과를 찾아가는 건 당연한 권리에요. 웬만한 사람들은 몇백만 원을 치과 치료에 부담하기 힘들거든요. 피 같은 생활비를 쪼개서 내는 치료비를 무리해서 쓰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치아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치과를 찾아가셔야 합니다.”

치과 진료를 하고 있는 김광수 치과의사 ⓒ김광수 제공

이뿐만 아니라 그는 충치 치료를 받더라도, 조금 많다 싶으면 다른 병원에서도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경우에 따라선 치과에 따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충치 개수도 심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구강검사를 하고 나서 피검자에게 ‘괜찮습니다. 충치 없네요’라고 하면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예약했는데요?’하는 경우가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없는 충치도 만들어내는 고무줄 충치는 과잉진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치아와 건강하려면
사회가 건강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동료 치과의사들과 함께 만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예방치과학을 가르치는 등 평생 구강보건과 예방치과를 위해 노력해온 그에게 이런 현실은 아프게 다가온다. 더구나 예방치과학을 전공하기로 처음 마음먹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가 예방치과학을 전공하게 된 건 서울대 치과대학 치대 본과 1학년이던 1975년 서울 영등포구 시흥2동에서 했던 의료 봉사가 계기였다. 지금은 금천구 시흥2동으로 소속이 바뀌어 아파트촌으로 변했지만, 당시 그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대 치대와 의대 선후배들이 모여 진료팀을 꾸려 그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쳤다. 가난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치아 관리를 해야 하는지 몰라 엉망이 된 주민들의 치아를 보며 예방치과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칫솔질을 조금만 제대로 잘해도, 개인과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건강한 치아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충치 치료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주기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고, 자신의 몸과 치아에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는 현실을 보면서 개인의 건강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싸웠던 1987년 6월항쟁 이후 청년 의료인들이 중심이 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개인이 건강할 수 있다며 사회를 바꾸는 운동에 나섰다. 의사들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인의협)를 만들었고, 약사들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를 조직했고, 한의사들은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한의사회’(청한)를 구성했고, 치과의사들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를 결성했다. 아울러 간호사들이 중심이 돼 병원노동자들도 지금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전신인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병원노련)을 꾸렸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민주화운동을 지지하자며 치과의사들의 성명을 조직했는데, 300~400명 정도 참여했어요. 이후 각종 의료인 단체가 생기면서 단체를 만들자는 요구가 생겼고, 1989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엔 반독재민주화 투쟁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료 현실과 치과 현실을 바꾸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어요. 우리가 구강보건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책무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예방치과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예방치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예방치과학이나, 예방의학이 대학에서 외면받는 시대였거든요. 개업해서 돈 벌기 힘든 전공이었거든요.”

건치와 함께 힘 쏟았던
수돗물 불소화 사업
환경 논란 등으로 좌초 아쉬워


예방치과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초반 건치 회장을 맡았고, 구강보건과 예방치과 사업에 온 힘을 쏟았다. 그를 비롯해 건치 회원들이 관심을 기울인 사업은 ‘수돗물 불소화’다.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수돗물 1톤(1,000,000g)에 0.8g 정도의 농도로 불소이온을 첨가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4월 경남 진해시 석동정수장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것을 시초로 1990년부터 건치 소속 치과의사 등이 적극적으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광수 치과의사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회장으로 일하던 당시인 1994년 10월 30일 수돗물불소화 사업 결정을 환영하며 열린 시민축제 한마당에서 발언하는 모습. ⓒ건치

그는 1990년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상수돗물에 1.0ppm의 불소이온을 첨가하여 공급하는 이 사업은 경비가 연간 1인당 1백 원정도(청주시의 경우)이면서 충치 발생을 약 60%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있다. 그러므로 이 사업을 통하여 국민 대부분이 충치의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의료보험의 재정 보호도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면서 “이 사업은 1945년부터 미국에서 실시되어 오늘날에는 미국민의 50% 이상이 불소화된 상수도를 마시고 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은 물론 심지어는 중국에서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수돗물 불소화 사업 추진을 호소했다.

건치가 나서 시민운동을 펼친 결과 1994년 경기 과천시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여러 기초단체로 확대됐다.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18조 ‘구강건강사업’에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이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관련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1996년 그는 미국 CDC(질병관리센터)로 건너가 2년간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연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귀국한 뒤에도 온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1997년경부터 몇몇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불소가 건강에 좋지 않고, 환경도 파괴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도 2001년경까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속에서도 여러 지자체로 확대되는 등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그 이후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019년을 끝으로 국내에선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는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것도 문제지만, 사업이 결정적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었던 건 보건 당국의 의지가 부족해서였다고 꼬집었다.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떤 사업에든 반대 목소리는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은 의제의 문제에요. 사업을 힘있게 추진해야 하는 주체는 정부예요. 정부 부처에서도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가운데서도 구강보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책임져야 해요. 그런데 구강보건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한동안 없었거든요. 그러니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어요.”

구강보건에 대한 정부 무관심에
커져만 가는 구강보건 불평등
소득에 따라 3배 가까이
차이나는 충치 개수


‘국민건강증진법’ 18조 ‘구강건강사업’에 ‘국민의 구강질환의 예방과 구강건강의 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명시해 놓았음에도 그동안 정부는 구강 정책을 사실상 외면해왔다. 이에 건치 등 관련 단체에선 구강 보건 증진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도 늘 앞장서 목소리를 내왔다. 2005년 보건복지부가 구강정책과를 다른 부서와 통합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해 정부과천종합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2007년에도 보건복지부가 구강보건팀을 해체하려고 하자 또다시 1인시위에 나섰다.

김광수 치과의사가 대한산업구강보건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구강보건팀 해체'의 부당함을 알리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건치

이런 반대에도 결국 2007년 보건복지부는 구강보건팀을 폐지하고, 공중위생팀과 합쳐져 생활위생팀으로 축소 통폐합했다. 구강보건 업무가 식당과 업소 등의 위생을 관리하는 업무와 합쳐진 것이다. 이후 업무는 바뀌지 않은 채 구강생활위행과, 구강생활건강과로 명칭만 변경됐고, 치과 관련 단체 등의 요구로 2018년 구강정책과가 세워지면서 11년 만에 구강보건 전담 부서가 부활했다. 하지만, 그는 “구강정책과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 내에선 인기 없는 부서에요. 잠깐 거쳐 가는 부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구강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그를 비롯해 구강보건에 의지를 가진 이들은 끊임없이 정부를 향해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9월 21일에도 그가 공동대표를 맡은 ‘건강 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 건강시민연대’는 국회소통관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황윤숙),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질병관리청 ‘2021~2022 아동 구강건강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 수준 하 집단 아동의 1인당 치료되지 않은 충치의 수가 상 집단 아동에 비해 2.56배 많았고, 치통으로 고생한 비율도 2.35배 많았다면서 아동과 성인에게 심각한 구강건강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구강보건 불평등 해소를 위해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 실시 ▲불소도포 치료의 건강보험 요양급여화 ▲1500ppm 불소치약 사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아동치과 주치의 사업 국내 전체 시행 ▲지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확충 ▲치과치료 건강보험 적용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 불평등은 비단 구강보건의 문제만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의료민영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공공의료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정권들도 공공의료를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 거부감 때문에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를 쓰진 않지만, 의료를 공공이 아닌 사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정책과 법안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엔 기업이 개인 건강정보와 의료정보를 환자의 동의 없이 가명 처리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업 등 제3자에게 정보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헬스게어법’ 제정안과 임상3상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 등이 제출돼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이를 견제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까지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제는 예방 보건보다는 진료와 치료에 집중이 돼 있어요. 공공성 강화를 위해선 예방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고치는 일은 공공이 책임져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국가의 의무잖아요,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을 어떻게 민간과 자본에만 맡길 수 있습니까? 의료가 자본과 의사들의 좋은 직장이 되도록 만든 이 사회가 기형적인 거에요. 의료 영역을 좋은 일자리, 수재들의 좋은 먹거리로 여기는 사회를 만든 데 국가도 책임이 크거든요. 국민생명에 직결되지 않고, 비보험이 많은 피부과 등이 인기과가 되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만 분명하다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공의료 시스템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역설적으로 “수재가 치과의사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최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의대, 치대, 한의대에 지원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수재는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는 재능까지도 그대로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이다. 이렇게 돈으로 병든 사회는 하루속히 고쳐져야 하고, 그래야 치과업계의 상업화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꼬집는다.

더구나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지 않는 현실을 떠올릴 때 최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 대부분은 소득 수준이 높은 부모들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최고의 소득을 벌고 있는 부모에게 태어나, 최고의 소득을 기대하며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공공의료는 애초에 떠올리기조차 힘든 영역일 수 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늘어나는 비보험 진료를 정부가 내버려 두면 안 되고, 공공병원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공의과 대학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최근 의사협회의 반대로 논란이 이는 의대 정원 확대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반대를 이유로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방점은 국민 건강에 찍혀야 합니다. 공공의료의 확대를 위해선 의사가 더 필요해요. 의사가 많다고 하는데, 나이든 의사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젊은 의사들이 활동해야 합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아도 현업에 종사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치과도 마찬가지예요. 공공영역을 책임질 수 있는 치과의사의 양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의지가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서 말레이시아 같은 데는 의과대학을 나온 뒤 모든 의사는 7년 동안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돼 있어요. 이런 게 무리라면 공공의대 설립을 고민할 수 있어요.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만 분명하다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공의료 시스템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5일 당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앞에서 대한불교청년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들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강제퇴거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광수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다. ⓒ뉴시스


평신도 불교학자의 꿈
“물질의 미망(迷妄),
헛된 꿈에서 깨어나 돈이나
물질이 성공과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세상을 보며 그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우리 모두 물질과 돈에 마취되고, 빠져버려서 공공의 이익이나 전체의 이익, 나아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그는 걱정했다. 돈이 아닌 사람, 돈이 아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에게 치과의사로서의 소망이자, 종교적 바람이다. 그는 대학 시절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에서 활동했고, 지난 2010년엔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들어가 4년 동안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평신도 불교학자로 늘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 삶과 경제를 강조해왔다. 지금은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평불은 제가 동국대 대학원에 입학한 지난 2010년 4대강 반대를 외치며 소신공양을 한 문수스님의 뜻을 이어받자는 불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이에요. 불교 관련 조직 가운데 ‘정의’의 가치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조직은 정평불뿐이에요. 불교 신자나 불교 전문가들 가운데도 사회정의나 종교 정의엔 관심이 없는 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정평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기후 위기, 환경오염, 사회 양극화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죠.”

그는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길과 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료운동에 나섰던 길이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치과의사로서 평생 활동한 그는 남은 시간은 주로 불교를 위해, 특히 정평불을 위한 활동에 많은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물질의 미망(迷妄), 헛된 꿈에서 깨어나 돈이나 물질이 성공과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합니다”고 바람을 전하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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