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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 정부는 ‘문제없다’지만 현장엔 불안감 엄습

10L 페트병 상품 품절에 화물차주들 ‘한숨’…2년 전 ‘대란’ 재현 우려도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3.09.17. ⓒ뉴시스

요소수 품귀 현상이 2년 전의 ‘대란’을 방불케 한다. 요소수가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중국이 언제든 경제적·외교적 이유로 요소 수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는 과거보다 높아져 우려를 키운다.

19일 국내 최대 규모의 주유소인 인천 오일캠프에는 일주일 넘도록 10리터짜리 요소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재고도 없다. 지난 11일 225통을 들여왔는데 8시간 만에 동 났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보도 직후인 지난 8일에는 300통이 4시간 만에 다 팔렸다. 이전에는 하루 50~60개 정도가 나갔다. 6일 치가 순식간에 팔린 셈이다. 오일캠프 관계자는 “대부분 화물차 모시는 분들인데, 한 번 전적이 있다 보니까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판매 대리점에 주문을 넣어뒀지만, 언제 배송될지 기약이 없다. 이 관계자는 “이번주에는 온다고 하는데 정확히 며칠일지는 말을 못하더라”라고 전했다.

인천 지역 내 다른 주유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며칠째 배송이 안 오고 있다. 한 주유소 사장은 “원래 주문하면 하루 이틀 만에 오는데, 도매업체 측에서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고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대형 비료 생산 업체들에 요소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요소 생산·수출 업체 중눙그룹(CNAMPGC)은 지난 2일 자국 내 공급을 뒷받침하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도가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는 화물차를 비롯한 경유차 차주들이 요소수 찾기에 나섰다.

2년 전 악몽 떠올라 불안한 시민들
10리터 페트병 상품 품귀…가격 인상 조짐도


최근 오일캠프에서 만난 화물차주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에게 요소수는 밥줄이다. 배기가스 저감 장치의 촉매 역할을 하는 요소수를 제때 충전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떨어진다.

트레일러(추레라)가 달린 대형 화물차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이모 씨(52)는 “정부는 안심시키려는 건지 문제없다고 하는데, 불안하다. 요소수가 없으면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니까”라고 말했다. 뉴스가 터진 직후 운 좋게 경주에서 10통을 사놓긴 했지만, 한 달이면 다 쓸 물량이다. 이후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오일캠프에는 10대의 자동주입기가 배치돼 있다. 충전기당 2천리터 안팎의 요소수가 들어있다. 당장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2년 전 대란의 악몽이 떠오른다. 여분으로 몇 통 챙겨놓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덤프트럭을 모는 황모 씨(42)는 “여러 개 사놓고 싶은데 통으로 파는 곳이 없다”며 “만약 오늘 당장 기계(자동주입기)로 넣으려고 하는데 요소수가 없다고 하면 내일 일을 못 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평소에는 3~4일에 한 번 넣는데, 요즘은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넣으려고 한다”고 했다.

걱정말라는 말만 반복하는 정부가 야속하다. 화물차주들 사이에는 ‘너무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황 씨는 “얼마 전에 그렇게 당했는데, 아직도 중국에 의존해서 이 사태가 벌어지게 하느냐”며 “뉴스 보니까 내년 2월까지 재고가 있다고 하는데, 통이 없다. 말이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슬금슬금 가격도 오른다. 대형 화물차는 부담이 크다. 요소수를 하루에 10리터 정도 쓴다. 10리터 한 통은 1만 5천원 안팎, 자동주입기로는 리터당 1,500원 정도다. 1리터당 5백원만 올라도 월 1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씨는 “뉴스 나오고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보인다”며 “시내 안쪽은 2만 2천원 달라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1톤 카고 트럭을 모는 이병철 씨(57)는 “뉴스 나오기 전날에 1리터당 1,600원에 충전했는데, 주말 지나고 보니까 10리터 한 통에 2만원이었다”며 “운임은 안 오르는데, 기름값은 치솟고, 요소수까지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톤 모는 나도 불안한데, 3.5톤 트럭 하는 친구는 근심이 깊더라”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인천 오일캠프에는 짐을 실은 화물차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화물차주들은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민중의소리

항만이 위치한 부산 지역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주입기로 충전은 가능하지만, 통 단위로는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항 인근 한 주유소 사장은 “박스(용기)는 전혀 배송이 안 된다"며 ”순차적으로 배송된다고 하는데, 일주일 넘게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손님이 화물차인데, 재고 있냐는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면서 “저희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 약 3천곳 중 97%에 요소수 재고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다. 오피넷에는 낱개 상품이 다 떨어진 주유소도 자동주입기에 요소수가 있으면 재고가 있는 것으로 표시된다. 또한, 개별 주유소가 재고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라 최신화가 되지 않은 곳도 있다. 실제 다수 주유소는 최근 업데이트 일시가 올해 9월 이전 것으로 나와 있다. 정부 설명과 현실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요소수 품귀는 일부 항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승용차를 주요 고객으로 둔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자동주입기가 설치된 곳이 상대적으로 적어, 용기 재고가 없으면 당장 요소수를 넣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요소수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정밀화학의 유록스 경우 서울 내 자동주입기가 설치된 주유소는 10곳 미만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걱정돼서 그런지 평소보다 구매를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개별 주유소는 물량이 안 풀리니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제조 업체 쪽에서는 품귀 현상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도 “주유소들도 대란을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어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유통 채널도 재고가 바닥이다. 유록스의 온라인 판매 중단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고, 도매쇼핑몰과 대형마트에도 재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요소수 제조 업계는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산량에 변화는 없으나 일시적인 수요 폭등으로 물류 단계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설명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물량은 도매업체로 기존대로 나가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운영 가능한 요소 재고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 중단에 대해서는 “택배 물류가 안 되서 조치한 것”이라면서 “먼저 주문이 들어온 택배 물량을 소화하고 순차적으로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가 품절된 모습. ⓒ민중의소리

중국 요소 의존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아져
“중국 요소 수출 통제 가능성 열려 있어”


정부는 ‘문제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 중국 업체가 수출을 축소한 건 차량용이 아닌 비료용 요소이며, 차량용 요소 재고는 내년 2월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고는 70일분이 있고, 2.5개월분의 수입계약이 체결돼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통제 조치는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부 설명에도 시민들 불안감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가을,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부족이 발생했다. 요소수 가격이 10배 이상 급등했다. 웃돈을 주고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화물차, 버스, 승용차 운행에 차질을 생겼다.

당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요소를 비롯한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를 강화했다. 출입국검험검역기관의 검역을 거쳐 통관증서를 발급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수출 제한 조치와 다름없었다.

수출 제한 품목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게 요소였다. 중국은 전 세계 44%의 요소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은 주요 원인은 중국 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었다. 중국 요소 생산가동률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5%, 4%씩 감소했다. 국제 요소 가격도 8년여 만에 1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70%에 육박했다.

중국 내 요소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석탄 부족이었다. 석탄은 요소 생산 원료로 쓰인다. 요소 생산에 대규모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에서도 석탄은 필수적이다. 호주와 대립하던 중국이 2020년 말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았다.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중국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한 데 대한 무역 제재 조치였다. 호주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창설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외교안보협의체) 참가국이기도 하다.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중국은 통상적으로 겨울 밀 농사로 가을에 요소 수요가 증가한다. 석탄 부족 시기에 수요가 몰리다보니 가격 상승과 공급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2023.08.23. ⓒ뉴시스, AP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도 자국 내 수급 불안정에 따른 조치다. 중눙그룹과 중해석유화학이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한 이유도 겨울 밀 파종을 앞두고 자국 내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요소 수요가 늘었다. 비료업체들이 인도향 요소 수출을 늘린 점도 중국 내 요소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 영향권에 있다. 지난 7월 누계 기준 중국에 대한 차량용 요소수 의존도는 89.4%에 이른다. 2021년 71.2%에서 지난해 66.5%로 줄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카타르 비중은 8.9%에서 5.8%로 쪼그라들었다. 베트남 경우 8.8%에서 0.2%가 됐다.

정부는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1년이 채 안 돼 오히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당시 정부는 업계와 요소얼라이언스를 꾸려 대응했다. 정부가 코트라 등을 동원해 각국 요소 생산 업체를 모색해 한국의 요소수 생산 업체와 연계하고, 원활한 거래를 위해 해당 국가와 관련 MOU를 체결했다. 수입처 변경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차량용 요소에 대한 할당관세도 도입했다. 카타르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요소를 들여오려면 중국에서 사 올 때보다 물류비용이 비싸진다. 한국 요소수 생산 업체들은 단체구매계약을 통해 협상력을 제고했다.

대란이 수그러들면서 요소수 생산 업체들이 다시 값싼 중국산 비중을 늘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국산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다 보니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대로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은 비료용에 한한다는 점에서는 2년 전과 다르다. 비료용 요소는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코팅 처리를 한다. 차량용 요소수로 사용하면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 보면, 차량용과 비료용 요소는 공정에서 일부 차이를 보일 뿐 석탄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 내 전력 수급과 국제 정세에 따라 차량용 요소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적 이유로든 정치적 이유로든 중국이 요소 판매를 중단할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면서 “그런 사실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반응이 뜨겁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에게 차량용 요소는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은 하나의 레버리지를 갖게 된 것”이라면서 “한국과 뭔가 안 맞으면 타격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도 요소 생산에 부담이다. 석탄을 주요 원료로 하고 요소는 환경오염을 유발해, 중국 정부가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요소 생산 업체에 대한 환경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요소 생산 시 사용 에너지와 원자재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국가 보조금 지원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소 생산 업체를 대상으로 한 강화된 에너지 절약 정책과 배출 감소 정책 적용은 요소 생산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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