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홍범도 지우고 이승만 띄우기··· 극우·보수개신교 오랜 꿈 윤석열이 이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2월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05 ⓒ뉴시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독립군 부대를 이끌고 봉오동전투에서 일본군을 무찔렀던 항일 영웅이 갑자기 ‘빨갱이’로 몰렸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 공군의 호위를 받으며 카자흐스탄에 있던 유해가 송환되고, 여러 독립운동가와 함께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흉상이 세워졌던 홍 장군을 윤석열 정권은 지우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홍 장군을 지우는 대신에 ‘건국대통령’이라며 이승만을 띄우고 있다. 뉴라이트와 극우보수개신교 세력의 숙원이 윤석열 정권의 탄생과 함께 실현되고 있다.

홍 장군 흉상 이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의 소련공산당 입당을 문제 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8월 28일 브리핑을 통해 “육군사관학교는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6.25전쟁 발발 당시 육사 선배님들은 전선에 투입되어 북한 공산군에 맞서 싸웠고, 6.25전쟁 기간에 다시 개교하여 지금까지 북한과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 왔다”면서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 홍 장군 흉상 이전 주장이 나오자 국민의힘도 거들고 나섰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홍 장군의 사망 당시 레닌 기치에 게재된 부고장을 보면 홍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하였음이 명확하다”며 “홍 장군의 흉상은 육군사관학교보다는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장군을 “충직하고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 야권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말고,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태영호도, 국민의힘도, 국방부도
2021년까진 홍 장군을 높이 평가
“한민족의 독립전쟁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상”


시계를 돌려 2021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그해 8월 18일 홍범도 장군 유해가 78년 만에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귀환해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때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찾았던 특사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홍범도함장 등이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이 지난 2021년 12월 15일 오후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묵념하고 있다. 2021.08.15.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였던 홍준표 후보도 홍 장군 묘소에 참배했고, 홍 장군의 유해가 송환되기 1년 전인 2020년 7월 22일 윤주경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 100주년을 맞아 연 ‘2020년 독립전쟁을 기억하다’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봉오동전투는 홍범도, 최진동 등의 주도로 구성된 대한북로독군부가 일본군 19사단 월강추격대대를 중국 길림성 회룡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해 격퇴한 독립전쟁사상 일본 정규군과 싸워 대승한 최초의 전투”라며 “봉오동전투의 대승으로 전체 독립군 진영의 사기는 크게 진작되고 3.1운동 이후 다소 침체되었던 국민들이 독립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탈북 외교관 출신의 국회의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2021년 8월 24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선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이 홍범도 장군의 공과를 가리면서 그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경력이 있으므로 좌익계 독립운동가라고 하지만 김일성은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국방부도 당시엔 태도가 달랐다. 흉상 건립 전인 지난 2020년 9월엔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을 재조명한다면서 국방부는 ‘독립전쟁과 홍범도’라는 책자를 만들어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으나, 경계 없이 활약했던 장군의 의지와 기개는 한민족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 외세의 압제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한민족의 독립전쟁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그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후세에게 귀감이 된다”면서 그를 군이 본받아야 할 독립영웅으로 강조한 바 있다.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출신이어서 육사에 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국방부나 그를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홍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했다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공군의 호위를 받으며 홍 장군의 유해를 송환하고,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육사 교정에 흉상을 세우던 그때 목숨을 걸고 반대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유해가 송환되고, 흉상이 세워진 지 2년이 지나서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던 태영호 의원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 8월 28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그는 “홍범도 흉상을 세워놓고 생도들이 경의를 표하게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생도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사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단지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이다.

모두가 홍 장군 유해 송환
환영할 때 반대했던
전광훈, 김문수 등 극우·보수개신교


물론, 홍 장군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홍 장군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을 때 반대했던 이들이 있었다. 몇몇 극우·보수 성향 매체들과 뉴라이트 그리고, 극우·보수개신교였다. 당시만 해도 조선, 동아, 중앙 등 보수성향 메이저 매체들은 홍 장군의 유해 송환과 관련해 별다른 지적이 없었지만, 데일리NK, 뉴데일리, 팬앤드마이크 등 극우·보수 성향 매체들은 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입당 경력과 자유시 참변 등을 거론하며 유해 송환을 반대했고, 심지어 홍 장군의 유해를 북으로 보내라고까지 주장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 목사를 비롯해 극우보수개신교 인사들은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을 반대해왔다. 2023.4.10 ⓒ뉴스1

그런데, 누구보다 이 문제를 두고 앞장서 비난했던 세력들이 극우·보수개신교다. 2021년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으로 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그해 8월 22일 유튜브 채널 ‘LGs-TV’에 출연해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러시아의 장교 출신이다. 러시아 군대 소속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오히려 독립군을 수도 없이 탄압하고 죽인 범인 중의 하나다. 자기 나름대로 일본군하고 싸웠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 편에 서서 오히려 애국지사들을 죽인 공산주의자다. 이 사람을 이장을 시켜서, 세상에 유골을 한국에 가져와 대전 국립묘지에 재운다고 하면서 문재인이가 이 사람 앞에서 경례를 하면서 울었다”고 홍 장군의 유해 송환은 물론 이를 추진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홍범도. 자유시 참변 때 독립군 수백 명을 학살한 소련군에 가담하여 공을 세웠다고 레닌으로부터 권총·군복·상금까지 받고, 소련 공산당원이 됐습니다. 광복절·건국절에 이승만은 지워버리고, 소련공산당원 홍범도만 띄우는 문재인의 목적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가요”라는 글을 올려 홍 장군 유해 송환을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총선에서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바 있고, 전 목사가 진행하던 사랑제일교회 예배와 각종 기도회에 같이했던 인물이다.

“끝내 공산주의 편에 서서
우리 독립군을 살상한 장본인”이라며
홍 장군 유해 송환과
훈장 수여 비난한 한국교회언론회


극우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언론회도 2021년 8월 17일 성명을 통해 홍 장군 유해 송환과 훈장 수여를 비난한 바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홍범도는 일제 초기에 독립운동을 한 것도 맞지만, 끝내 공산주의 편에 서서 우리 독립군을 살상한 장본인이며, 다시 공산주의에 의하여 버림받은 불행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우리 대한민국 건국에 얼마나 공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우리 정부는 어찌 공산주의자들만 특별 대접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간첩 신영복, 6·25 남침의 주역 김원봉, 그리고 동족 독립군을 궤멸시킨 홍범도 등 모두 공산주의자들이 아닌가? 참으로 괴이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번 홍 장군 흉상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난 8월 29일 성명을 통해 “홍범도는 자유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려 했고, 적화통일하려 한 공산주의와 맞닿아 있다. 그가 좋든 싫든 선택한 것도 공산주의이다. 그러므로 항일운동만 하면 공산주의자라도 괜찮다는 논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더군다나 그는 육사의 태동이나, 육사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기에, 육사생들의 롤모델이 결코 될 수 없는 분”이라고 또다시 홍 장군의 과거 경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승만 전 대통령 ⓒ뉴시스

극우·보수개신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전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홍 장군 유해 송환 반대 목소리가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뒤 ‘흉상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극우·보수개신교의 또 다른 숙원 하나가 윤석열 정권 탄생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바로 ‘건국대통령’ 이승만 띄우기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진영을 떠나 이제는 후손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라고 밝혔다. 27일엔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조선일보는 지난 8월 16일부터 “이승만의 삶이 곧 한국 근대사”라며 소설가 복거일이 쓴 ‘복거일의 이승만 오디세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연재를 시작하며“ 민주공화정을 향한 첫발을 내딛게 만든 만민공동회부터 농지 개혁, 반공포로 석방, 한미 상호 방위조약 체결, 공업 발전 등 대한민국 탄생 과정에서 보여준 이승만의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조선일보는 물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에서도 관련한 기사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지원으로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세워졌으며
대한민국은 기독교 이념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기독교 국가라고
주장하는 극우·보수개신교 ‘기독교입국론’


그동안 극우·보수개신교는 ‘기독교입국론(基督敎立國論)’을 주장해왔다. 미국의 지원으로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세워졌으며 대한민국은 기독교 이념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기독교 국가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을 북한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반복됐다. 지난 2016년 3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소강석 목사는 “우리 대한민국은 기도로 세워진 나라라는 사실이다. 저 동아시아 땅끝까지 밀려오던 공산화의 붉은 야욕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이승만 박사를 통해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건국해 주셨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2월 15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25대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전광훈 목사는 “미국의 선교사가 이 땅에 들어와서 한 가장 위대한 사건은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미국에 데려가서 박사를 받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장로는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세웠다. 또 한미동맹도 세웠다. 그리고 또 하나가 기독교입국론이다. 이런 4대 기준으로 국가를 운영했더니 전 세계 10대 대국이 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예수가 세운 나라다. 결단코 그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16일 열린 자유통일당 개소식에서 개신교 최대 연합조직인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축사를 통해 “공산주의가 뿌리 뽑히면 우리 대한민국은 바로 서게 되는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의 기도가 이뤄지는 것이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선봉대 자처한 극우·보수개신교


극우·보수개신교는 그동안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2013년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출간한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벌어진 논란들에서 뉴라이트 세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왔다. 자신들의 역사관과 비슷한 주장이 뉴라이트 역사관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2016년 12월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즉각 폐기와 이준식 교육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정화 폐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5년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자 극우·보수개신교는 선봉대를 자처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고, 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등 찬성 여론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주축이 돼 만든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는 2015년 10월 13일 성명을 통해 “한국 기독교는 한국사 교과서의 이 같은 실태를 목도하면서 더 이상 한국사 교육을 진보좌파 역사학자와 교사들에게 맡겨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교과서 정책을 지지하며, 이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발전과정을 바로 기술해서 역사문제로 인한 한국사회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극우·보수개신교가 힘을 실어준 뉴라이트 역사관은 기존의 역사관, 뉴라이트들의 표현을 빌자면 ‘잘못된 역사관’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인 이영훈은 지난 2007년 출간한 ‘대한민국 이야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잘못된 역사관은 지난 130년간의 근․현대사를 오욕의 역사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석과도 같이 아름다운 문화의 조선왕조가 강도 일본의 침입을 받았습니다. 이후는 민족의 반역자인 친일파들이 활개를 친 시대였습니다. 해방은 또 하나의 점령군인 미국이 들어온 사건이었습니다. 친일파들은 재빨리 친미 사대주의자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민족의 분단도, 비극의 한국전쟁도 이들 민족 반역자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1950년대 이승만 정부도, 1960~1970년대의 박정희 정부도 이들이 지배한 반역의 역사였습니다. 경제개발을 했다고 하나 정신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역사에서 정의는 패배했습니다. 기회주의가 득세한 불의의 역사였습니다.”

'반일종족주의' 이영훈 ⓒ이승만TV 갈무리

이영훈의 주장은 이런 역사관을 기초로 만들어진 지금의 역사 교과서는 민족을 내세워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제식민지 시기를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족사로 서술하는 게 아니라 생산과 시장과 신뢰와 법치와 국가의 역사를 이뤘던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춰 서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들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식민지 시기는 수탈의 시기가 아닌 우리가 근대화의 역량을 쌓은 시기였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08년 나온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일제의 한국 지배는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체제였다. 국내외의 한국인들은 불굴의 투쟁으로 독립의 권리를 끝내 쟁취하였다”고 말하면서도 “그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이라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덧붙이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한
우파 집권세력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하였다”
-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이들은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승만의 건국 과정을 소개하며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친일파는 모두 배제되었다. 5‧10선거에서 만 25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피선거권을 가졌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 제국의회 의원, 관리로서 판임관 이상 직위자, 경찰관‧헌병‧헌병보로서 고등관 이상 직위자, 훈7등 이상을 받은 자, 중추원의 부의장‧고문‧참의 등에게는 피선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이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이뤄낸 것처럼 주장했다.

이후 친일파 청산이 좌절되는 결정적 계기였던 반민특위 해체도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위협 때문이라는 식의 이유를 붙이며 모호하게 서술한다.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한 우파 집권세력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하였다. 1949년 6월 반민특위가 경찰 간부 세 명을 체포하자 경찰부대가 반민특위의 사무실을 습격하여 위원회의 요원들을 연행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하였다.”

아울러 뉴라이트 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강조하기 위해 홍범도 장군의 이력을 문제 삼아 흉상 철거를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은 의도적으로 축소 또는 부정적으로 서술한다. 박정희의 ‘10월 유신’ 등 군사정권의 독재도 자주국방과 중화학공업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으로 미화한다.

이런 뉴라이트 학자들의 시각을 역사교육연대회의가 2008년 출간한 ‘뉴라이트의 위험한 주장, 그리고 위험한 교과서’는 이렇게 비판했다. “대안교과서의 저자들은 근현대사를 사실(史實)에 근거하여 실증적으로 역사를 기술했다고 주장한다. 그 출발점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바로 이 현재를 있게 한 원인으로서 ‘과거’를 찾고자 한다. 그래서 돌이켜보니 5·16과 박정희가 있고,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이 있으며, 구한말 개화파와 일제 식민 지배가 있었고, 그런 것들이 바로 오늘을 있게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흔히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있었던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역사를 올바로 보는 태도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실들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시간적으로 앞서 있다고 해서 모두가 후일의 원인이라고 단정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만약 대안교과서처럼 앞에서 언급한 일들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대한민국조차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사건들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앞의 사건들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현재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친일과 독재정권과
손잡은 과거를 미화하는
극우·보수개신교


사실 ‘기독교입국론’과 ‘이승만 건국대통령’ 주장은 뉴라이트 역사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인을 5·16과 박정희,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구한말 개화파와 일제 식민 지배에서 찾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극우·보수개신교의 치욕적인 과거도 미화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다. 과거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신교단은 조선총독부의 신사참배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단순히 압력에 굴복하는 차원을 넘어 비행기를 헌납하고, 교회의 종을 뜯어 군수물자로 보내는 등 일제의 내선일체 정책과 이에 따른 전쟁 수행에 앞장섰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이런 일제 시기 부끄러운 역사는 물론 해방 이후 공산주의를 피해 남으로 내려왔던 극우·보수개신교가 반공을 내세우며 독재 정권을 지원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왔던 지난날들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탈바꿈시킨다.

1943년 일본 나라(奈良) 신궁 참배 후 한국 목회자들이 신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BS-TV

실제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는 자신들의 이런 과거를 미화하며 기독교는 “일제의 암흑기에는 독립운동을 위한 기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독재 정권에 부역하고, 해방 공간에서 극우적 행태를 보인 과거는 “특별히 해방 후 많은 사람들이 이념의 혼란 가운데서 우왕좌왕할 때, 기독교인들은 이 땅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명한 신념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인
극우·보수개신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이 소명을 받드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화답하는 윤 대통령


극우·보수개신교는 윤석열 대통령 탄생에 힘을 보탠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다. 사실, 윤 대통령은 과거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두루 경험했다. 유년 시절 교회에서 개신교 신자로 활동했고,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던 1981년 12월 서울 명동성당을 다니며 천주교 세례를 받고 ‘암브로시오’라는 세례명도 얻었다. 검찰 재직 시절엔 근무지 인근 사찰과 교류하면서 불교 신자로 활동했다. 때문에,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만 해도 그는 불교 신자로 소개됐다. 개신교와의 인연은 유년시절이 거의 전부였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무속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의 정치적 지지세를 모으기 위해 극우·보수개신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시작된 첫 주말이던 2021년 10월 10일, 윤 대통령은 성경책을 들고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2022년 2월 7일 공식 선거운동을 일주일 앞두곤 인터뷰를 통해 “유치원과 국민학교 시절은 기독교의 영향 하에 푹 빠져서 지냈다”면서 “어린 시절 꿈은 목사였다”고 밝혔다. 극우·보수개신교 목사들은 공개지지를 선언하며 윤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당선 이후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기독교 교리와 성경을 동원하며 정치적 메시지에 개신교적 의미를 담기 시작한 것이다. 천주교와 불교 행사도 참석하지만, 그곳에선 의례적인 인사만을 하는 것과 달리 개신교 예배와 행사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적극 활용했다. 2022년 12월 25일 성탄절을 맞아 윤 대통령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성탄 예배에 참석해 “제가 법학을 공부해보니 헌법 체계나 모든 질서, 제도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2월 5일 서울 강남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도 “제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였을 때의 그 다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소망을 이 자리에 서서 다시 한번 새기고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이 소명을 받드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다”면서 “거룩한 예수님의 사랑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성도 여러분께서도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3일 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담임목사)에서 열린 ‘8·15 광복 78주년 한국교회 기념예배’에서 윤 대통령은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많은 기독교인들께서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참여했다. 이후 한국교회는 자유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에 앞장섰고 지금의 번영을 이끈 한미동맹의 수호자가 됐다”고 말했다.

홍 장군이 공산주의로 공격당하고 이승만 기념관이 세워지고 개신교가 자유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 되는, 극우·보수개신교가 꿈꾸던 나라는 윤석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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