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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이재명 의혹서 사라진 쟁점들

'변호사비→희토류→스마트팜→태양광' 여기저기 표류하는 검찰 수사…기초적인 정황도 어긋나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3.01.17. ⓒ뉴시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변화무쌍하다. 변호사비 대납에서 스마트팜, 태양광까지 줄기차게 이어진다. 불과 한 달 전 “이재명 대표와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던 김 전 회장의 말은 “대북 사업권을 위한 대선 주자 로비”로 뒤바뀌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라진 의혹들을 짚어봤다. 

사라진 희토류와 새로 등장한 스마트팜 사업

지난해까지만 해도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 송금을 희토류 등 광물 개발 사업권 대가로 규정했다. 쌍방울이 2019년 5월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맺은 협약서를 검찰이 확보했으며, 해당 협약서에는 쌍방울 계열사 SBW생명과학(구 나노스)에 광물 개발 사업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희토류 얘기가 사라졌다. 대신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이다. 황해도에 약 1,500평 규모로 자동화 온실을 구축해 남북 공동시범 농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사업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업비는 50억원이었다. 사업비 항목을 보면,  온실 구축과 농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운송비, 기술전수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시설과 시스템 구축 비용이다. 자동화 온실, 관수시설·기계장비, 자동제어 시스템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일부만 쌍방울그룹의 사업 영역과 겹친다. 쌍방울 계열사 미래산업은 토지개간과 농림업을 사업 목적에 올려놓았고, 디모아는 크레인 등 특수장비를 제작한다. 이들 계열사가 경기도 추진한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할 때 누릴 수 있는 수익은 수억원 수준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단순히 스마트팜 사업을 노린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 농업교류협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참여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대북 송금을 보는 해석이다. 스마트팜 사업은 경기도가 짠 3단계 남북 협력 구상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2단계 농작물 재배지원과 3단계 남북공동 농산물 유통 종합단지 구축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다만, 농산물 유통 종합단지 사업은 구축 지역과 규모 등 사업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이 불명확하다. 

스마트팜 사업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한을 방문한 2018년 10월 협의된 6개 사항 가운데 하나다. 대북 송금을 스마트팜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경기도의 여타 대북 사업을 위한 지렛대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6개 사업중 스마트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사업 중 돈 될 만한 사업은 없다. 2018년 11월 경기도가 후원하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측이 대표단을 파견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적 교류 성격이 강하다. 이외 사업도 문화·관광·체육 등 상호협력사업도 남북 축구 친선대회를 열거나, 남측 국제유소년 축구 대회에 북측이 공연단을 파견한다는 등의 사업이 6개 사업에 포함됐다. 북측의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진상과 실태규명에 경기도가 공동참여한다는 내용도 수익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경기도는 스마트팜 사업 계획 단계에서 이미 예산을 확보해 놓고 있었다. 스마트팜 사업은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활용하게 돼 있었다. 경기도 평화협력국이 기금운용계획을 세우면 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 도의회 의결을 받는다. 경기도의 기금 출연 계획은 예산실이 심의한다.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19년 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0억원가량 확충됐다. 여기에는 스마트팜 사업비도 반영됐다. 기금은 도의회가 사후에 결산을 승인한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포함한 2019년도 기금운용계획이 도의회에서 의결된 건 2018년 12월이다.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사업비를 1차 송금했다고 진술한 2019년 1월보다 앞선다.

2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기자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1.28 ⓒ뉴시스

사라진 정치 지형과 남북관계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 사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이재명 대표에 줄을 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검찰 시각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지자체의 대북 사업은 전적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과 국제 정세에 따라 좌우된다. 2018년 말 경기도가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지자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거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2019년은 대북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리라 기대할만한 시기도 아니었다. 그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됐다. 이후 9월 북한이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불참했고, 11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듬해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경기도조차도 당장 대북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2019년 초에는 “북미 회담을 분기점으로 대북 제재 완화·해제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 상황에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으나, 같은 해 하반기에는 “북미 비핵화협상 중단·지연 등으로 외부 정세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한국 정부·민간의 지원 협력 제안을 북측이 거부하는 등 대내외적 정세로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UN 대북 제재라는 장애물도 있었다. 북한에 대한 기계류 수출뿐 아니라 합작·합영 사업도 금지됐다.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 주무 부서의 업무보고서에는 ‘대북 제재 해제 시 사업 추진 가능’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스마트팜 사업 진행을 위한 유리 온실 품목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이 이뤄진 건 2020년 8월이다.

당 안팎으로 고전하던 이 대표가 여건도 좋지 않은 방북을 대권 돌파구로 삼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도 예산을 두고 방북 비용을 민간 기업 대표가 대신 내도록 했다는 주장도 의문을 더한다.

김 전 회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로비를 펼쳤다는 시각도 의아하다.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이 이뤄졌다는 2019년, 여권 내 차기 대선 유력 주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 지지율 20%대를 달리며 여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여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계를 떠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도 못 미치는 낮은 지지율이었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던 그는 2019년 9월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정치생명 자체를 위협받고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정치 지형상 이재명 대표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이 압도적이던 그때 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시급했다”며 “스스로도 대선 출마 결정 못 하던 때”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02.27. ⓒ뉴시스

사라진 연결고리와 초기 쟁점, 그리고 여기저기로 튀는 수사

‘이재명-이화영-김성태’에 대한 검찰의 관계 설정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를 매개로 이재명 대표에 대북 사업 로비를 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지만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관계는 그리 친밀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2018~2020년 부지사를 지냈다는 게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 간 관계를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검찰의 주장이다. ‘친문 좌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부지사는 부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이 대표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이 대표가 아닌 문 전 대통령 캠프에서 뛰었다. 이 대표가 도지사 당선 이후 급하게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영입됐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를 고문으로 선임하면서 특별관리에 들어간 건 2011년부터다.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관계를 맺기 훨씬 이전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일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대북 송금이 필요한 경기도의 어떠한 대북 활동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김 전 회장 수사는 경기도 대북 사업을 벗어나 국내 사업까지 향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이 언급된다. 경기도가 안산 에코 에너지파크 조성 사업권을 쌍방울에 넘기려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2018년 11월과 2019년 5월 쌍방울 내부 보고서에 해당 사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토지를 20년간 무상 대여하는 방식으로, 투자 금액은 약 2천억원이다. 대북 사업 자금 대납의 대가라는 것이 검찰 시각이지만 안산 쓰레기 매립장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도중에 무산됐다. 경기도는 사업 방향을 선회해, 현재는 각국의 특색 담은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이 진행 중이다.

당초 김성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출발점이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 대표가 2018년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을 때 선임된 변호인 수임료를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것이다. 이 대표 변호인단에 포함된 이태형·나승철 변호사가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내며 각각 1,700만원, 1,500만원을 받았는데, 해당 급여가 변호사비였다는 게 검찰의 추론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건령 전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과 이남석 전 대검 중수부 검사 등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년과 2019년에 발행한 200억원대 전환사채(CB)를 페이퍼컴퍼니가 매수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역시 이 대표 변호인단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다.

현재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진척 상황은 알려진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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