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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론 망상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일부에서 작년 가을 쏘아 올린 이른바 ‘핵무장론’의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를 넘기고도 안보 영역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전술핵 재배치를 중심으로 한 핵무장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는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되려면 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대하여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충돌해야 하고, 실질적인 핵 제재가 이뤄지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탈퇴해야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핵’ 문제인 만큼, 대중들 사이에선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 우리의 전시작전권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이 나온 계기는 작년 북한의 연속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였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책으로 거론된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며 부정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방점을 찍고 여러 옵션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지난 1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장론의 전제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전력을 보유하고, 그 자체로 북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북한의 호전성을 효과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글로벌 제로(global zero)’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북한의 핵전력이 점점 고도화·규모화되는 가운데 한국만 ‘군축’ 또는 ‘현상유지’를 할 경우 발생하는 불균형 현상도 핵무장론의 근거로 활용된다.

다만 그렇다고 했을 때 미국이라는 북한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적’의 핵무장이 북한의 핵무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도 납득할 만한 대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핵무장론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다. 핵무장에 대한 여론 자체는 압도적이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최종현학술원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7.6%가 찬성했다. 북핵에 맞선 강경한 태도, 미국에도 우리가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은 무엇이고, 왜 뜨거운 감자인가?


우선 핵무장론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전술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술핵은 군사목표물 공격 등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소형 핵무기이며, 주로 20KT 이하의 핵무기를 지칭한다. 실제 사용됐던 사례에 비춰보면,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보이’가 15KT, 나가사키에 투하한 ‘팻맨’이 20KT 규모였다.

원폭 투하 이후 한 일본군인이 잔해만 남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 건물은 히로시마에서의 원폭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남아있다. ⓒU.S. National Archives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 등에 의해 운용되는 메가톤급 전략핵에 비해 파괴력이 약하지만, 일본이나 한반도와 같이 면적이 좁고 인구 밀집 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실질적으로 전략핵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면적이 넓은 곳에서 전쟁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전술핵이 갖는 전술적 효용성은 매우 크다.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 군사목표물만 타격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술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따라서 압도적 파괴력을 갖고 있는 전략핵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전술핵을 매우 위험하고 까다로운 무기로 인식한다. 실전 사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가 많아지면,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핵전쟁 문턱이 낮아짐과 동시에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미국의 핵 통제 범위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이미 미국은 전선이 다방면으로 열려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전선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까지 전선이 열리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며 “미국의 입장은 항상 단호하지만, 외교적 부분을 말하면서 강대강으로 이끌어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전술핵이 뜨거운 감자인 결정적인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푸틴 대통령 역시 꾸준히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전술핵 대응 문제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러시아에 대응해 전술핵 전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초강경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핵 규모가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도 미국 내 초강경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술핵 증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 싱크탱크를 필두로 한 초강경파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해 ‘써먹지 못하는 핵을 갖고 있으면 뭐하느냐? 실전에서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아마도 윤 대통령과 여권의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한 핵무장 주장의 기저엔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인식도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자료사진 ⓒ뉴시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직후 이에 대한 질문에 “동맹과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에서 이야기하도록 두겠다”고 했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유사한 질문에 “한국 정부 요청과 관련해선 한국에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미국 정부의 입장은 그대로다.

커비 조정관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전술핵 배치 및 자체 핵보유 관련 발언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배치되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 한국도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자국을 제외한 동맹국으로의 핵 확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실제 대외 정책도 그러하다. 특히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 무기 수는 60년대 1천여 기에 달하던 것이 1985년 150여 기로 줄어들었고, 1991년에 완전히 철수됐다. 다른 동맹국들에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전술핵을 배치해놓은 상황이다.

김준형 전 원장은 지난달 MBC ‘뉴스외전’에서 “미국은 지금 전술핵이나 핵 공유 같은 것을 아주 줄이고 있는 추세”라며 “그렇게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미국은 (지금의 스탠스를) 바꿀 리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해 폴란드의 핵 공유 요청에 대한 답변과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러시아가 전쟁 상대인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핵 공격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인접국이자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미국에 핵무기 공유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사실상 이를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두타 폴란드 대통령은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핵 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가 있다. 미국이 그런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이 문제는 열려 있다”고 했으나, 미국은 폴란드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측 공식 답변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질문에 대한 대답과 마찬가지로 “그건 폴란드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실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몰이해


위에서 언급했듯 미국 ‘조야’, 그중에서도 ‘야’의 일부에서는 전술핵 확대를 비롯한 핵전력 증강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류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핵위협이 실재하고, 이와 관련한 동맹국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미국 내 고민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술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식의 진전된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빅터 차(Victor Cha)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겸 석좌교수 ⓒ뉴시스


미국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빅터 차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최근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공식적인 정책 대화에 있어서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대신 미국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도에 대해 한국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능한 많은 일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의의 핵심은 전술핵 공유가 아닌, 기존의 확장억제의 효력을 믿어달라고 동맹국들에 이해를 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 윤 대통령은 지난달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을 언급했다.

그는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미가 미국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곧바로 나온 미국의 대답은 ‘NO’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과 공동으로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고 즉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 핵 연습은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형 전 원장은 3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말은 SCM(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그 말이 나온다는 것인데, 그건 북핵에 대한 방어 훈련을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공격 차원에서 미국 핵을 이용하는 훈련이라고 윤 대통령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거론되는 NATO 핵기획그룹(NPG)와 유사한 핵 공동기획협의체 신설 방안과 같은 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해와 달리 이 협의체는 핵에 대한 권한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고려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핵우산을 기초로 한 핵 억지력에 대한 고차원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목적에 가깝다.

빅터 차 부소장은 “북한의 핵 역량뿐 아니라 2030년까지 예정된 중국의 핵 증강을 감안하면 동맹인 일본과 한국이 핵 억지력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권한을 공유하는 차원에서의 핵 공유와는 다른 것이며, 미국이 핵무기를 어떻게 계획하는지에 대해 동맹국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에 전술핵을 공유하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북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새로운 종류의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 역시도 그 실현 가능성을 전제하는 건 아니다.

차 부소장은 CSIS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준비 절차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 문제를 계획 단계에서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다는 자체가 과거와 다른 것이고, 이는 북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훈련을 늘리고 고위급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확신을 주는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을 예상할 것이지만, 때로는 북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성과’로 내세웠던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도 충돌


핵무장론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5월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내세웠던 것과도 충돌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21 ⓒ뉴스1

당시 한미 정상은 이른 시간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중순 워싱턴에서 EDSCG 첫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은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그 혜택을 받는 국가의 핵 권한을 배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미국과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자고 작년에 합의해놓고,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확장억제가 뭔 소리냐? 우린 핵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꼴이다.

이는 곧 공식적으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자고 이야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한미동맹을 못 믿겠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미국, 한국 핵무장은 안 되지만 주장만 하면 오히려 좋아?


윤 대통령과 여권이 실현 가능성이 전무한 핵무장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한미관계의 실리적 측면에서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삼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용이 아니라 진지하게 핵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한미동맹과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하지만, 그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한국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정 수준 동의한다고 했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준형 전 원장은 “한국이 실제로 핵무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 포퓰리즘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미국이 알았을 때 미국은 오히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할 여지가 많아진다”며 “한국을 상대로 무기 판매량을 더 늘리려고 할 수도 있고, 나아가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비용까지 ‘너네가 부담해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도 “미국은 한국 집권세력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 확장억제를 더 강화해주겠다고 달래는 것처럼 하면서 ‘이거 한 번 써봐’라는 식으로 새로운 무기 구매를 제안하고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재래식 무기 증강으로 직접적으로 연결하긴 어렵지만, 꾸준히 군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배경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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