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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종철 사건 은폐’ 홍승상 따라다니며 대통령상까지 받은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경찰청 제공

과거 노동운동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동료들을 치안본부에 밀고한 대가로 경찰(경장급)로 특별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이후에도 자신을 특채한 홍승상 당시 경감을 따라 치안본부에서 함께 일하면서 대통령상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민중의소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순호 국장은 1989년 8월 11일에 경찰로 특채돼 치안본부 대공3부 3과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홍승상 역시 치안본부 대공3부 4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대공3부는 3과와 4과로 구성돼 있었다.

이후 경정으로 승진한 홍승상은 1991년 1월 경찰청 보안국5과로 전보됐고, 김순호 국장 역시 이듬해 1992년 2월 같은 곳인 경찰청 보안국5과로 자리를 옮겨 두 사람이 계속 함께 일하게 됐다. 1994년 5월부터는 직제개편에 따라 경찰청 보안국4과에서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김순호 국장은 1995년 12월 대통령상을 받게 된다. 김순호 국장은 경찰로 입직해 지금까지 총 25번의 포상과 상훈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높은 대통령상은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공적은 ‘보안업무, 민생치안 유공’이다.

이에 대해 김순호 국장은 “‘남한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동맹 사건’으로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역시 홍승상과의 합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홍승상과 김순호의 주요 경찰 이력 비교 ⓒ민중의소리

홍승상은 저서 〈현장에서 본 좌익의 실체〉에서 1995년 6월 ‘남한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동맹 사건’을 경찰청장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며 이를 당시 경위였던 김순호 국장과 함께 준비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사건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 구성) 혐의가 적용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청 보안수사대장이었던 홍승상은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 작성은 처음이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에 있던 최기문 총경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A4용지 2장 분량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만든 뒤 홍제동 대공분실로 돌아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김순호 국장 등과 함께 이를 검토했다고 한다.

홍승상은 “‘치안비서관실에서 큰 사건을 너무 많이 축소하는 바람에 사건 전모가 한눈에 와 닿지 않고 더욱이 대통령께서 심각하게 아셔야 할 많은 부분이 빠져 있다’고 결론짓고 평소 우리 식대로 보고서를 다시 만들기로 하고 밤을 새워 A4용지 10장 분량으로 별도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새로 만든 보고서가 채택돼 대통령에게 올라갔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여러 운동권 조직이 ‘이적단체’로 낙인 찍혀 와해됐다. 이 결과가 ‘공로’로 인정돼 김순호 국장이 대통령상까지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승상은 1993년 11월 광주학생운동기념일에 발생한 ‘광주미문화원 기습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사건에) 가담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하고 전날 오후 7시경 경찰청 소속 김순호 경사를 대동하고 광주지방검찰청 공안부를 방문했다”며 김순호 국장과 함께 수사한 사실을 저서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홍승상은 1987년 6월항쟁의 불씨를 당겼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한 경찰관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남긴 장본인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를 받고도 기소가 되지 않고 풀려났고, 민주화로 인해 설 자리를 잃었던 대공 경찰 조직을 재건하는데 앞장섰다. 그 결과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사건이 터졌고, 이는 공안정국의 문을 열었다. 

김순호 국장이 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던 인노회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바로 홍승상이었다. 김순호 국장을 경찰로 특채한 사람도 바로 홍승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상은 최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특채로 내가 (김순호를) 받으려 할 때도 (윗선에서) ‘만약 저 사람이 배신을 하게 되면 당신이 책임지겠냐’ 그래서 ‘내가 책임지겠다. 어떤 특명이든 책임지겠다’면서 특채를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순호는 최근 MBC라디오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만 말했다. 현재 홍승상 인터뷰 기사 전문은 삭제된 상태다.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승상은 경찰로 재직하는 동안 징계조차 한 번도 받지 않고 총 30번의 포상과 상훈을 받은 뒤 정년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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