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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년차 유치원 교사 “1학년 돼서도 옆 유치원 맴도는 아이들, 장관은 알까요?”

[만5세 취학 논란①] 노현경 전교조 서울지부 유치원지회장 “말도 안 되는 얘기”

노현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유치원지회장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7살(만 5세) 아이를 두고 “이제 학교 갈 때가 된 것 같네”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보편적인 기준이 무엇일 것 같냐고 노현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유치원지회장이 기자에게 물었다. “학교에 가려면 화장실도 혼자 갈 줄 알아야 하고, 밥도 혼자 먹을 줄 알아야 하고, 선생님 말씀도 들을 줄 알아야 하고...”라고 답했더니, 노 지회장은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노 지회장은 2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한 살 낮추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예고에 반발하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뒤였다.

학교 가기 전 준비는?

노 지회장은 임용고시에 합격해 199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지역 공립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년차 베테랑 교사다. 지금도 그렇고 대부분의 시간을 7살을 가르치는데 쏟았다. 그런 그에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하향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는 “유치원 교사들에겐 이 아이가 학교를 갈 준비가 됐는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첫 번째는 ‘아이가 신체적으로 건강한가’이다. 노 지회장은 “대근육과 소근육을 혼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끊임없는 활동으로 이런 부분들이 발달된다”고 설명했다. 뛰어 놀고, 만들고 하는 움직임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골고루 먹는 습관도 기른다”며 “신체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책상 같은 데에 올라가서 뛰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가’이다. 노 지회장은 “이걸 ‘자조기술’이라고 말하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혼자서 옷을 입고, 화장실을 가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는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규칙을 지킬 수 있는가’이다. 노 지회장은 “규칙을 제외한 사회생활은 의미가 없다. 의무를 지킬 책무도 있지 않나”라며 “이것들이 잘 형성됐는지도 우리가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성’도 평가한다. 그는 “우선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혼자서 매일 화를 낸다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겠나”라며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학교에 가려면 내 말도 하지만 남의 말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자아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네모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노 지회장은 “유치원 교실과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다른 이유”라며 “그건 아이들에게 배움의 가장 최적 환경이라고 판단해 그런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3월부터 누리과정이 ‘유아중심·놀이중심’으로 개편된 것도 아이들의 능력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누리과정’이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3~5세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이다. 생애 첫 출발선에서부터 수준 높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2012년에 5세부터 도입된 누리과정은 2013년에 3~4세까지 확대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정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수업료를 지원해줬다.

하지만 교사가 사전에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활동과 놀이를 유아에게 제공함에 따라 아이들의 주체성과 능동성이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2019년 누리과정을 개정해 유아가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주도적·자발적으로 놀이를 하고, 교사는 유아가 놀이를 통해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뉴질랜드, 일본, 핀란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이러한 ‘유아중심·놀이중심’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노 지회장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대집단’이라고 해서 교사가 제한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도 있지만, 얼마 전부터 교육과정이 놀이중심으로 바뀌면서 아이들 주도하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교실 안에서 다양한 놀이감을 이용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발달을 위해 바깥놀이 시간을 한 시간씩 두고 있다”며 “전용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맘껏 신체를 움직이면서, 대소근육을 발달시킨다”고 덧붙였다.

노 지회장은 이를 ‘벼농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우리가 보통 벼농사를 지을 때, 볍씨를 논에 곧바로 뿌리지 않잖아요? 모판에다가 벼를 키워서 논에다가 옮겨 심어요. 아이들을 볍씨라고 생각하고 논을 학교라고 생각해보세요. 우선 모두가 싹을 낼 수 있도록 생육 환경을 조성해줘야 해요. 그리고나서 논에다 옮겨 심어야 무럭무럭 잘 자라지요. 그런데 아직 영글지도 않은 볍씨를 논에다가 옮겨 심으면 어떡합니까. 그렇게 하면 글로벌 역량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요? 그런 연구 결과는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는 거죠?”

식목일인 지난 4월 5일 대구 수성구 황금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묘목을 심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뉴시스

“8살도 학교에 적응하려 굉장히 애쓰는데
7살이 학교에 가는 건 정말 말도 안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서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 지식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며 만 5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지회장은 “단순히 말을 잘하고 키가 컸다고 학교에 갈 준비가 됐다는 건 무식한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지회장은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요즘 아이들은) 어휘는 굉장히 많이 늘었으나 의미 있는 소통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서 아이들이 충분히 부모와의 애착을 경험할 기회를 빼앗긴 채 기관(어린이집·유치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서적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이 90년대 초반보다 지금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 지회장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앞당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늦춰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학교에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이 겨우 드는 게 7살”이라며 “우리는 8살까진 유치원에 데리고 있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노 지회장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시겠다’는 질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답했다.

“환경 바뀐 곳에서 잘 적응해야 할 텐데, 이러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뿌듯한 마음도 들고 그래요. 제가 일하는 곳은 병설유치원이다보니 초등학교랑 한 울타리에 있어서 유치원 졸업한 아이들을 급식실에서 마주치곤 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해요. 유치원이 생각났는지 초등학교 수업 끝나고 유치원 문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는 아이들도 많아요. 유치원 선생님 얼굴 한 번 보려고. 어떤 아이는 유독 자주 제 눈에 띄는데, 그건 제 주변을 항상 맴돌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아이들이 ‘선생님이랑 같이 1학년 하면 안 돼요?’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누구나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있으니까요.”

그런 아이들 생각에 노 지회장의 눈시울은 슬며시 불거졌다. 그는 “학교 가서 적응하는데 한 학기 정도 걸리는 거 같다. 애를 쓰면서 적응을 하긴 한다. 그런데도 적응이 안 되는 애들은 항상 제 주변을 맴돈다”며 “그러다 2, 3학년 올라가서는 더 이상 나를 찾지 않고 재밌게 지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7살에 초등학교를 보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 보충수업? 당연히 학원으로 간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낮춰지면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이들은 7살 때부터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도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 지회장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아이들은 유치원뿐만 아니라 체육이나 미술, 그리고 한글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녀요. 그런데 교육부 장관도 (입학연령을 낮추게 되면) 아이들에게 (수업이 끝난 뒤) 보충학습을 시키겠다고 말했어요. 그 말은 아이들이 (정규수업을) 못 따라갈 것이라는 얘기 아닌가요? 그렇다면 엄마들이 보충수업을 학교에서 받도록 놔둘까요? 절대 그렇게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학원을 보낼 거예요. 고등학교에서도 보충수업을 해준다고 해도 학생들이 거길 가지 않고 학원에 가잖아요? 똑같은 현상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어나는 거예요.”

박 장관의 ‘보충수업’ 언급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보통 저녁 시간대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는 1, 2학년 학생들을 오후 1시께 하교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이 빗발치자 박 장관은 “초등학교 1, 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며 “조기입학을 통해 학생들한테 케어(돌봄)가 조금 더 필요하다면 보조교사를 두고 문제점을 예방하고 보충학습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지회장은 “이미 유치원에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더 잘 돼 있지 않나”라며 황당해했다.

“초등학교는 법적으로 돌봄을 해야 할 의무도 없어요. 그걸 정부가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부터 어떠한 동의를 하나도 받지 않고 자기들 마음으로 7살 애들을 쏙 뽑아서 초등학교에 보내고 보충수업을 해주겠다는 말이에요.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우리 유치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똑같이 황당해할 거예요.”

반발이 커지자 박 장관은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된다면 2025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취학한다는 뜻이다.

노 지회장은 이 역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어제까지 ‘언니’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학교에 나란히 앉아서 ‘야’라고 불러야 한다. 갑자기 똑같이 1학년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왜 아이들한테 피해가 오롯이 가게 만드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3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저지 릴레이 집회에서 용인에서 온 어린이들과 어머니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8.03 ⓒ민중의소리

“아동 인구 감소, 오히려 양질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

노 지회장은 오히려 “교육의 여건들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유치원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유아 교육과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현재 공립유치원은 전체 유치원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00년 동안 유치원은 사적인 영역에 내동댕이쳐있었어요. 개인이 다 짊어지고 있고 국가는 보조금만 주는 요양시설처럼요. 우리가 선진국이 된다면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할 부분이이에요. 그러면 교육부 장관은 만 5세 의무교육을 얘기해야 했어요. 그런데 제가 판단하기에는, 만 5세 의무교육을 한다고 하면 매년 4조 이상의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가야 하니까, 추가 비용 없이 손쉽게 해결하려고 기존 교육 시스템인 학교에 그냥 넣어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러려면 이 아이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국가가 이 아이를 위해서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지, 왜 경제적 논리에 끼워 맞추나요?”

그러면서 노 지회장은 “정부가 30년 전으로 후퇴했구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애들이 많이 줄고 있어요. 그러면 오히려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더 끌어올려서 모든 아이들이 교육에 제외됨이 없이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 왔다고 생각해요. 애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결단은 하지 못할까요?”

한껏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던 노 지회장은 “화가 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 정부가 과연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자체에 의심이 든다. 그것이 무섭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 지회장은 “현장의 많은 교사들을 다 패싱하고, 국민들을 다 패싱하고, 심지어 시도교육감들도 패싱당했다. 말도 못하는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 다 끌려가 앉아있게 생겼다”며 “어느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는 보통 토론의 장도 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집단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정부가 바뀌고 나서는 갑자기 무언가 단절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해 당연히 교사가 나서고, 전교조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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