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인터뷰

[인터뷰] 서난이 “수직·폐쇄적 당 문화 깨뜨리는 과정 필요하다”

[민주당이 말해야 할 것들③] 조직혁신과 세력교체

들어가는 말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정치사에서 갖는 위상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치투쟁의 선봉에 서면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고, 그 이래로 민주당은 정치 진영의 왼쪽을 대표하는 거대한 축을 담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획득한 이후 작년 보궐선거와 올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연달아 패배하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위상 정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그러한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가깝게는 8월 말 전당대회, 멀게는 2년 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① “목소리 내지 말고, 일은 열심히 해” 가부장적 민주당 보며 정춘숙이 한 다짐
② 강민정, ‘기득권 정치’ 민주당에 “약자 지키는 노선 필요”


더불어민주당 젊은 정치인 중 한 명인 서난이(37) 비상대책위원(전북도의원)이 진단한 당의 현주소는 뼈아팠다. 서 비대위원은 보수적인 당 문화와 가치지향이 실종된 당의 현실을 직격했고, 당이 이를 극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11일 국회 본청에서 서 비대위원과 만났다. 미리 건네준 질문지엔 메모가 빼곡했다. 그의 이야기엔 고심의 흔적이 가득했다. 

서난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11 ⓒ민중의소리


- 29살 때부터 정치를 시작하셨더군요.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제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민주당은 서민을 생각하는 정당이었고, 그런 활동들이 계속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보수 기득권과 대립되는 목소리를 내는 정당으로 인식됐고요. 자연스럽게 민주당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 밖에서 본 민주당과 같던가요?
“외부에서 생각하던 민주당과 당내에서 보는 민주당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보수적인 문화도 있고, 보이지 않는 관행 같은 것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이걸 왜 이렇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굉장히 낯설어하는 정당인 거예요.”

- 어떤 면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까?
“예를 들면,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같은 거죠. 청년 의원들이 들어가면 ‘젊음’ ‘도전’ ‘패기’ 이런 걸로 뭔가 바꿔보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에 의해 좌우되고, 여러 그룹이 형성되면서 나의 선택보다는 지역이나 당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많았어요. 처음 마주치는 관문이 사실 의장단 선거나 의회 구성, 이런 것들이었어요.”

-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이 이뤄낸 성과가 무색할 정도로 현시점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와 관련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박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어떠냐 하는 문제일 건데요. 많은 분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 의사결정이 일어나거나, 소통 구조가 없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서 비대위원이 공감하는 당 문화의 보수성은 외관상 청년이나 여성, 소수자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장면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관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이 영향력 있는 청년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있고, 대선 이후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강한 비토가 있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최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당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이 배제되어왔다고 한탄한 것도 단적인 예다.

- 박지현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에 표면화된 당내 갈등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을 위해 어쨌든 큰 자리를 맡아서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해 우리가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그 사람의 활동을 상처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실 어떤 지도부도, 한 달 정도 지난 상태에서 굉장히 이렇게 공격을 받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 박 전 위원장의 활동 과정에서 표출된 갈등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외부에서 어떤 인사가 왔을 때 안건이 상정되고 절차가 처리되는 과정들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시스템을 인지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걸 처리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낯설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건 원칙적으로 할 때가 있고, 어떤 건 굉장히 정무적 판단이 이뤄지고, 어떨 땐 선거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하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이 갖는 혼란스러움이라는 게 존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 박 전 위원장의 정치력과 관련한 평가와 별개로, 당내 주류 정치인들의 비토나 당내 정치문화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저도 지역에 있다가 중앙으로 와보니, 중앙 정치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큰 틀을 가져가는 것에 너무 집중돼 있고, 더구나 지금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니깐요. 그런데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 이렇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뿐 아니라 2030 세대들과 의사결정을 하고 소통하는 구조에 되게 낯선 조직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집단적으로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한 발 후퇴하고, 누군가는 한 발을 나아가면서 갈등을 조정하는 행위들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의 2030들과는 그런 과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 거예요.”

- 본인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까?
“저도 여기 와서 느꼈던 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당 문화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중앙정치가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받아들였어요. 같이 열띤 토론을 하는데 결과를 보면 ‘이게 나아간 결과인가’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있었지요.”

- 그런 부분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젊은 정당, 젊은 정치를 표방하는 집단이라면, 대화하는 방식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 고민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너 몰라서 그래’ 이런 이야기보단 ‘그런 시각도 있겠네’라는 태도로 바라보면,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사실은 이런 게 당 내부만의 문화는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화여서, 이를 깨뜨리려는 과정들이 있어야죠. 특히 당은 수직적 체계가 워낙 공고한 집단이어서 스스로 이런 문화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 비대위원님 스스로는 어떻게 극복하고 계십니까?
“지역에서 의회 정치를 했던 사람으로서 당내 시스템을 너무 몰랐나? 이런 생각들이 드니깐 질문하기가 사실 되게 어려웠어요. 초반에는 좀 망설이다가 1주일 동안 중진 의원님들을 만나뵀어요. 계속 여쭤봤죠. ‘지금 당내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뭘 해야 될까요?’, ‘지금 비대위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될까요?’ 이런 걸 계속 질문하고, 답변들을 취합했어요. 그리고 나서 ‘저는 어떤 목소리를 내면 좋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패배를 수습하는 것과 청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는데, 너무 안정적으로 가도 안 되고 너무 개혁 이렇게 외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균형을 잡는 게 제일 어려웠고, 그렇게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질문이 좀 쉬워졌어요.”

- 청년 정치인들의 메시지 발신 방식은 어떻게 보십니까?
“청년의 목소리여서 다 맞는 목소리는 아니에요. 요즘 더 그렇게 느껴요. 당이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지, 인기에 영합하려고 애쓰는 건 청년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내야지, 이슈가 뜨면 그 이슈를 평론하고 책임은 안 져요.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죠. 우리가 고민하고 반성해야 될 지점이에요.”

서난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11 ⓒ민중의소리


- 젠더 이슈에 대한 보수성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어왔습니다. 여성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는 데 대한 정춘숙 의원의 지적도 있었고요.
“동의해요. 당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이 없으니깐 (이재명 의원의 대선 후보 시절) 닷페이스, 씨리얼에 나가냐 안 나가냐 논쟁이 있었겠죠. 닷페이스나 씨리얼은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근데 기성세대는 잘 모르니깐 외부적 요소에 많이 작용을 했죠.”

- 그러다 보니 별 것 아닌 사안이 갈등으로 표출되는 일이 빈번한 것 같습니다.
“변화를 바라보는 지점들이 다른 거죠. 남성들이 보기엔 계속 나아지는 과정만을 봐왔거든요. 당 대표도 여성이 하고, 여성 정치인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 남성들이 봤을 땐 너무 많은 변화들이 있는데, ‘왜 계속 여성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하지?’ 이런 간극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보기엔 ‘불편한 투정’으로 비춰지는 거죠. 이 불편한 투정을 당연한 투쟁으로 바꾸려면 여성들의 정치 진출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또 그러기 위해 제도들을 끊임없이 보완해나가는 게 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당내 젠더 기반 폭력 처리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성폭력이나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있는 데 대해서는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것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요. 다만,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문제가 잘 처리되는 과정들을 겪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완주 의원 사건이 공론화되고 처리되는 과정, 박지현 전 위원장님 건(신상털기, 집주소 공개 등 폭력적 사건)도 당에서 빠르게 윤리감찰단 회부를 이야기하고, 단호하게 처리했잖아요. 이렇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단단한 신뢰를 형성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당내 소통구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정치적 반응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런 부분을 공론화하는 장을 만들지 못했어요. ‘열린’ 민주당을 표방하고 온라인 정당 플랫폼 이런 걸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담을 수 있는 당내 커뮤니티 구조가 있냐고 물으면 그게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당원 청원제’를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죠. 지금 다시 공론화의 장을 회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다시 당원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주당 둘러싼 키워드 : 친명vs반명, 586 용퇴론, 팬덤 정치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일각, 혹은 언론이 주목하는 건 ‘친명(친이재명) 대 반명(반이재명)’, ‘586 대 97’, 강성 지지층의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용어로 통용되는 ‘팬덤 정치’ 등 대립적인 키워드들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서 비대위원의 직격탄이 나왔다.

“요즘 민주당의 이슈는 전당대회에 누가 나올 것인지 출마와 불출마를 촉구하는 주장과 팬덤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와 관련한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답만 찾다 보면 민주당은 나아갈 길을 잃는다. 8월 전당대회는 인물에 대한 찬반을 묻는 대회가 아니라, 당이 어떤 모습을 갖출 것인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의제를 만들 것인지 치열하게 묻는 대회가 돼야 한다. 인물과 세대를 중심으로 전당대회로 뛰어가는 것은 당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2022년 6월 29일 비대위 회의 발언 중)

- 인상 깊은 말이었습니다.
“너무 답답했어요. ‘누구 나와’ 또는 ‘누구 나오지 마’, 이거밖에 없었으니깐요. ‘그럼 그 인물이 상징하는 방향은 뭔데?’, ‘그 인물을 통해서 민주당은 어느 방향으로 나갈 건데?’, ‘전당대회에서 무슨 가치를 이야기하자는 건데?’ 이런 질문들이 실종돼 있었고, 심지어 당내 누구도 그런 질문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봤어요.”

- 당내에서 어떤 피드백이 있던가요?
“몇몇 전당대회 나오시려는 분들 인터뷰를 보니 내용이 좀 바뀌어 있긴 하던데요? 또 후보들이 룰 얘기를 하는 게 좀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 분들이 지금은 다른 얘기들을 좀 하고 그런 거 같아요. 그런데 비대위원 한 명이 얘기했다고 분위기가 확 바뀌고 그러진 않겠죠.”

- 586 용퇴론이나, 97 등판론 이런 게 중요한 겁니까?
“40대 이전이라도 훨씬 보수화된 사람들도 많아요. 특정한 나이, 세대로 끊는 건 정말 의미가 없어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이 안에서 용퇴론을 얘기했을 때, 그다음 담론에는 무슨 의미가 남을까요? 그렇다면 지금 97 세대는 어떤 의미와 어떤 공통 아젠다를 가진 거죠? 사실 제 질문은 이거예요.”

- 비대위원님이 하신 질문에 대한 답이 없는 거군요.
“네. 586 용퇴론이 언제부터 나온 얘긴데요. 여태 왜 대안 세력으로 교체가 안 됐을까요? 대안 세력이 준비가 안 됐다는 거고, 용퇴한다고 해도 답이 없다는 거죠. 어느 사회든, 어느 집단에서든 20대부터 60대 다 있는데, ‘문제 있으니깐 나가’ 이렇게는 안 하잖아요. 그냥 단순한 인물론, 세대론으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이렇게 가면 ‘그다음 세대 또 나가’ 이런 식이겠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에요.”

-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요?
“특정 세대, 운동권 문화가 나쁘다고 얘기하려면, ‘그럼 그 문화 중에 뭐가 제일 나쁜데?’ ‘그래서 민주주의 한계를 느끼는 건 무엇이고, 민주당이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건 뭔데?’ 그 질문 속에서 답을 내고, ‘그걸 없애자’고 해야죠. 그리고 어떤 세력으로 등장하려면, 우리는 어떤 가치로 여기에 있는 것이고, 민주당이 바꾸고 싶은 건 무엇이고, 민주당을 통해 관철시키고 싶은 건 무엇인지, 이런 논의들을 통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겠죠.”

서난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11 ⓒ민중의소리


민주당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적 키워드인 ‘팬덤 정치’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팬덤 정치가 문제라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아니요. 팬덤 정치는 민주당이 성장하는 데 큰 동력이기도 했어요. ‘노사모’가 대표적이고요. 팬덤 정치를 문제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거죠.”

- 그럼 뭐가 문제인가요?
“‘팬덤’에 포커스를 둘 것이 아니라, 폭력적 언어와 성희롱, 신상털기, 허위사실 유포, 이런 게 문제인 거죠. 그건 팬덤 정치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어요. ‘팬덤 정치가 다 문제야’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팬덤 정치에서 나오는 긍정적 장면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대선 때도 봤지만, 자기들끼리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선거도 치르고 하잖아요.”

민주당의 가치 지향, 그리고 당심과 민심

최근 치러진 몇 차례 큰 선거에서 민주당의 표심 전략은 일관됐다. 중도화를 명분으로 한 우클릭.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한다는 식의 수사도 항상 동반된다. 서 비대위원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중도화 딜레마에 놓이는 것 같습니다.
“공약만 봐도 ‘민주당스러움’이 많이 부족했어요. 초반에 기본소득, 기본주택 이런게 나올 땐 괜찮았거든요. 민주당의 핵심 비전과 정책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어떻게 주도권을 갖고 갈 건지가 중간에 흔들렸어요. 지지율 위기가 오면서 방향이 왔다갔다 하고, 결국 중도를 확장하는 쪽으로 갔던 거죠.”

- 패착이었을까요?
“선거 때 그렇게 되면 혼란스러운 거예요. 이번에 돌아봐야 되는 건, 중도화를 한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민주당만이 할 수 있는 길을 당당하게 걸을 때 사람들이 ‘역시 민주당이야’ 하면서 지지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잘 가졌으면 좋겠어요.”

-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며, 전당대회 때마다 여론조사가 화두입니다.
“저는 좀 의문이에요. 민심을 들어야 하지만, 전당대회가 그렇게 되면 철저히 인기투표가 될 거예요.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이끌면 당을 잘 이끄는 것일까요? 정치인이 인지도에 집중하게 되면 소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주류의 목소리에 편승하게 돼요. 아마 여론조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되면 지금 정치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메시지를 가진 사람들은 안 될 거고, 그런 목소리를 안 내려고 할 거예요. 여론조사를 하려면 차라리 ‘당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냐’는 질문으로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봐요. 다만 공직선거와 당직선거의 여론조사 반영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 호남의 민주당 권력은 국민의힘과 다르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호남 기득권화, 토호화 등 문제에 있어서요.
“뼈아프게 생각해요. 계속 변화하려고 했던 지점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효과가 좀 없었어요. 호남 유권자들이 때때로 엄격한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국민의당 나왔을 때 저희가 거의 전멸하기도 했고요. 다만 호남에서 본선만 가면 되니깐 자기들끼리 자리 나눠먹기 한다는 이미지를 바꿔내기 위해 지방선거에서는 청년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기도 했어요. 그들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신호를 유권자들에게 줘야 해요.”

- 지방선거 때 호남에서 진보당 후보들이 다수 당선된 사례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농민운동이라든지,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하셨던 분들이 당선됐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민주당이 얼마나 현장성이 떨어졌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당 안에서 공천받는 시스템에만 주력하고 있었죠. 특히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치인들이 있다는 게 호남 민주당의 특색일 거예요. 그런 것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선거에 졌을 때 반성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어요. 다음 총선, 2년이라는 시간 안에 민주당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새로 구성된 지도부와 당원들이 정쟁이 아닌 민생을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방향을 잘 설정하고 간다면요.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챙겼던 민주당’, ‘기득권과 싸웠던 정당’, 이걸 잘 지키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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