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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동훈 딸 논문 실은 해외 학술지들 대부분 ‘투고 주의’로 분류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사이비 학술지’ 의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한모 씨의 논문이 실린 국제 학술지들 대부분이 심사 과정이 허술하거나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이른바 ‘사이비 학술지’로 의심받는 곳으로 확인됐다.

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작년에 한 씨의 논문이 게재된 해외 학술지 세 곳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에서 ‘주의’로 판명된 곳들이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이 판정하고 있는 한동훈 딸 논문 게재된 학술지 등급 ⓒKISTI 화면 캡쳐

KISTI는 건전학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부실 학술활동에 대응해 국내 연구자들이 투명하고 건전한 연구 문화와 학술출판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출판 윤리를 따르지 않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해 출판하는 학술지’를 의심 학술지로 규정하고, 이를 판별하고자 전 세계에 등록된 학술지들의 등급을 ‘부실’, ‘주의’, ‘논쟁중’, ‘특이사항 없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 씨가 작년에 ‘반독점법’, ‘국가부채’, ‘코소보지역 교육과 의료개혁’,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등 논문 6편을 게재한 곳 중 세 곳은 ‘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AJOHAAL)’, ‘Asia Pacific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APJEE)’, ‘ABC Research Alert’이다.

KISTI는 이들 학술지 등급을 모두 ‘주의’로 판정했다. KISTI는 해당 등급에 대해 “체크리스트 검토 결과 투고시 주의가 요구되는 학술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인 ‘부실’은 “6개월간 5회 이상 신고된 학술지로, 한국연구재단의 조사위원회 검토를 거쳐 부실 학술지로 최종 판정된 학술지”다.

이들 모두 소재지는 ‘방글라데시’로 되어 있으며, 발행 시작 연도도 명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다. 또한 KISTI가 확보하고 있는 세 학술지 인터넷 사이트 주소는 모두 동일한데, 클릭하면 접속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 학술지에 올라온 논문들의 경우 SCIE, SSCI, A&HCI, Scopus, KCI와 같은 주요 색인 데이터베이스에 단 한 건도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학계에서는 이들 색인 중 하나 이상에 포함된 학술 자료에 대해 ‘참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KISTI는 의심 학술지를 ‘위조 학술지’, ‘약탈적 학술지’, ‘대량발행 학술지’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해당 학술지들은 ‘약탈적 학술지’로 의심되는 곳으로 보인다.

약탈적 학술지는 독자가 아닌 저자에게 출판료를 받는 것에 착안해 금전적 이익을 위해 돈을 지불하면 논문을 무조건 게재해주고,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거나 간소화해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를 뜻한다.

이밖에 운영진 정보가 불투명하거나, 학술지 학문 범위가 광범위하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도 의심 학술지로 분류된다.

실제 이들 세 곳은 모두 50~160달러 투고료를 받고 논문을 게재해준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 링크 : https://i-proclaim.weebly.com/apc.html)

해당 학술지에 실린 한 씨의 논문들에는 심사 절차와 기간 등이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거나, 어떤 논문은 심사 기간이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APJEE에 실린 한 씨의 논문은 작년 1월 송고돼 2월 말에 심사가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또한 환경·에너지 분야를 다룬다는 APJEE에 실린 논문의 경우 분야와 전혀 무관한 4차산업과 철강산업에 관한 것이었으며, ‘ABC Research Alert’에서 취급하는 학술지 범위는 매우 광범위했다.

이처럼 고교생이 쓴 논문이 부실 학회에 실리는 사례는 갈수록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학술 지식 큐레이팅 미디어인 ‘언더스코어’ 강태영 대표와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 씨 연구진이 2001년부터 2021년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 558건(980명 작성)을 전수조사해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 이 같은 실태가 자세히 나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간 고교생이 쓴 해외 논문 중 13%는 게재료만 지불하면 특별한 심사 없이 논문을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에 실렸으며, 이런 류의 논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후보자 측은 해당 학술지에 비용을 지불하고 논문을 게재했느냐는 ‘민중의소리’ 질문에 “해당 수수료는 정상적으로 지불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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