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일반

지역에서 번져가는 지방선거 진보정당 후보단일화

진보단일후보로 선출된 진보당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예비후보(왼쪽)와 정의당 김진영 울산 북구청장 예비후보(오른쪽) ⓒ뉴시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고 있다. 진보정당의 연대 없이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를 깨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동당과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부산시당 등 부산지역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에 출마할 단일후보를 확정해 발표했다.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시장 선거에,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 연제구 라선거구 선거에 각각 진보단일후보로 출마한다. 그 외에 정의당에서 3명, 진보당에서 7명이 기초의원 선거에 진보단일후보로 출마한다.

4개 진보정당 부산시당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진보정당의 이번 합의는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연석회의 이후부터 다른 지역보다 먼저 상호신뢰와 협력관계로 계속 협의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단일후보’라는 이름으로 지난 10년간 가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서 보수양당체제의 정치현실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4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3·9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대선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는데, 이를 밑거름 삼아 지역 차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진보정치의 메카’로 불리는 울산지역에선 이보다 앞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노동당, 진보당, 정의당 울산시당은 지난달 31일 진보당 김종훈 전 국회의원을 울산 동구청장 진보단일후보로 확정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정의당 김진영 울산시당 위원장을 울산 북구청장 진보단일후보로 결정했다. 나아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까지 서로 합의했다.

부산지역 진보정당들이 1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6.1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04.11. ⓒ뉴시스

“지역에선 진보정당이 계속 한목소리를 내왔다” 

이처럼 빠르게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지역에서 일찍이 협의의 틀이 구성되고 연대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심해명 정의당 울산시당 사무처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2020년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때 진보정당들이 민주노총과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으며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며 “그때부터 지방선거의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20년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당시 진보단일후보로 나섰던 진보당 김진석 후보는 14%가량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심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때에도 아쉽게 후보 단일화는 무산됐음에도 3개 진보정당이 함께 모여서 ‘진보정당에 표를 줘야 세상이 바뀐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3~4차례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후보는 각각 달랐지만, 그때부터 진보정당이 한 목소리를 냈다”며 “지금도 연합해서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옷도 오렌지색으로 맞춰 입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연대하는 이유에 대해 “진보정당 표가 쪼개지면 당선이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며 “단일화로 많은 진보정당 후보들이 당선된다면 의회에서도 이들이 뭉쳐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도 “작년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당시 김진석 후보를 중심으로 시민공동행동을 만들면서 지역 노동, 시민, 제정당까지 힘을 모아 양당체제를 넘어서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진보당과 노동당, 정의당 시당위원장들의 논의 구조가 지금까지 있었다. 기본적으로 민주노총이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나섰던) 노동당 이갑용 후보가 통크게 김종훈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며 단일화를 시작하니까 다른 지역에도 반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서로 믿음과 진정성이 없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는 진보정치의 싹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면 ‘너희들 별로 다른 거 같지 않은데 왜 그렇게 나뉘어서 하느냐’, ‘하나로 모이면 표를 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표를 주지 않겠다’며 진보정당의 단결을 주문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그외 경남지역에서도 4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매주 대표자 회의를 하면서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경남 진주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양보와 화합을 바탕으로 연대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선거 지역구가 서로 겹치지 않아 출마자 모두 진보단일후보로 선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에서도 민주노총과 4개 진보정당이 연대 방안을 논의 중인데, 조만간 진보단일후보를 모두 확정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기도 파주에선 지난달 23일 녹색당과 정의당, 진보당이 지역 차원에서 진보단일후보를 선정해 일찍이 발표한 상황이다. 파주시의회 가선거구엔 이재희 진보당 파주지역위원장으로, 나선거구엔 이상헌 정의당 파주지역위원장으로 단일화하고, 녹색당은 두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애초 가선거구에 두 정당의 후보가 모두 출마했으나 이상헌 위원장이 자리를 양보하고 나선거구로 지역구를 조정하면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신건수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파주에선 지난해 보궐선거 때부터 4개 진보정당이 단일후보를 내서 지지했고 연대 활동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진보당 이재희 예비후보(오른쪽)와 정의당 이상헌 예비후보(왼쪽)가 함께 파주 운정호수공원에서 플로깅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이재희 페이스북

민주노총·진보4당, 지방선거 공동대응 공식화

4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이 같은 연대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반성과 지방선거에서의 필승을 위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지역의 요구를 바탕으로 4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중앙 차원에서 공식화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노동당 나도원 대표, 녹색당 김찬휘 공동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와 정치개혁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협의체인 대선 대응기구를 지방선거 대응기구로 개편해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연대에 관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진보정당들간 논의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선거구가 중복되지 않거나 단일화된 후보는 ‘진보단일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펼칠 것이며, 각 정당과 민주노총은 총력을 다해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나도원 노동당 대표는 12일 울산을 직접 찾아 ‘진보단일후보 지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 전·현직 민주노총 지도부와 함께 14~15일 울산을 찾아 노동현장 등을 돌며 진보단일후보 선거운동을 도울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 후보 79명을 승인했고, 지난 4일에도 84명을 승인했다. 총 163명 중 노동당 소속은 4명, 녹색당 소속은 2명, 정의당 소속은 44명, 진보당 소속은 107명이며, 무소속은 6명(교육감 후보)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에도 163명 후보를 추가 승인할 예정이다. 현재 각 정당에서 후보를 선출 중이고, 향후 지역별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 후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진보단일후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지원과 지지도 예상된다. 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은 지난 7일 열린 경남지역 진보정당 전국동시지방선거 공동대응 토론회에서 “조만간 진보정치의 단결과 도약을 원하는 모든 정당과 단체, 인사를 망라하는 가칭 ‘진보정치 단결과 도약을 위한 진보원탁회의’를 열 것을 제안한다”며 “다시 한번 진보정치와 민중운동 도약의 새 기틀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4개 진보정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선거 승리·정치개혁' 민주노총·진보정당 합의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나도원 노동당 대표,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 대표, 양경수 위원장 ⓒ민중의소리




기사 원소스 보기

  • 등록된 원소스가 없습니다.

기사 리뷰 보기

  • 첫번째 리뷰를 작성해 보세요.

더보기

관련 기사

  • 등록된 관련 기사가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