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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만 쇼핑몰 없다”던 윤석열, 이미 ‘스타필드’보다 큰 게 있는데...

윤 후보 유세장서 6km 떨어진 곳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성업중…신세계 쇼핑몰 사업도 알려진 것과 다른점 많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16.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광주 복합쇼핑몰” 발언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광주 시민이 민주당을 수십년째 밀어줬는데, 복합쇼핑몰 하나 없다’고 강조한다. 지역 상권 보다는 대형 쇼핑몰에 더 익숙한 젊은층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윤 후보측은 부리나케 온라인 포스터를 만들어 뿌렸다. 포스터 문구는 ‘광주를 윤택하게, 구석구석 즐거운 쇼핑을 열다’다. 문구 하단엔 신세계 복합쇼핑몰 브랜드 스타필드를 따라해 ‘석타필드 어때요?’라고 썼다.

정치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쳐 보인다. 무엇보다 사실관계가 틀렸다. 광주에는 10여년 전부터 스타필드 버금가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성업중이다.

윤석열 후보의 광주 쇼핑몰 발언을 모티브로 제작된 온라인 포스터 ⓒ출처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SNS

광주시민이 “막 올라가신다”는 대전 스타필드만한 쇼핑몰
2012년부터 광주에 성업중…신세계 아닌 롯데그룹 


윤석열 후보가 “어떨 땐 (광주시민들이 쇼핑몰 이용을 위해) 막 대전도 올라가신다”고 고함 치던 광주광역시 송정 전통시장에서, 직선거리로 6.3km 떨어진 곳에 수완 호수공원이 있다. 차로 이동하면 15분쯤 걸린다.

수완 호수공원은 축구장 3개 넓이의 인공 호수를 주변으로 산책로와 공연장, 체육 시설이 갖춰진 현대식 공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우체통’으로 유명하고 특히나 야경이 아름다워 가족단위 나들이객,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지역 명소다.

이 호수 공원을 둘러싸고 광주 최대의 복합쇼핑몰이 펼쳐져 있다. 대형마트와 아울렛, 멀티플렉스, 문화·스포츠 센터가 빙둘러 호수공원을 감싸 안는다. 2006년 시작된 공원·복합쇼핑몰 건설사업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2012년 공사가 끝나면서 롯데그룹 문화·유통사가 꽉 들어찼다. 롯데마트, 영플라자(75개 브랜드), 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7개관, 1,415석), 롯데아울렛(90개 브랜드) 및 키즈파크, 식당가가 들어섰다. 당시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요 경제지는 “롯데아울렛 광주 수완점이 영화관과 키즈테마파크, 옥상공원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로 재탄생한다”고 했고, 대부분의 일간지 역시 복합쇼핑몰 건립 기사를 다뤘다. 

2012년 당시 광주 수완지구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는 경제지 기사 일부 ⓒ화면캡쳐


대지면적만 축구장 5개 넓이(3만3천㎡)에 이른다. ‘스타필드시티 부천’보다 크다. “막 대전도 올라가신다”고 했던 윤 후보가 ‘대전 스타필드(아트앤사이언스)’를 지칭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광주 수완지구 롯데그룹 복합쇼핑몰은 대전 신세계의 그것(3만6천㎡)과 엇비슷한 규모다.

광주(롯데복합쇼핑몰)와 대전(스타필드)의 입점 업체도 대동소이하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대전 스타필드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입점해 있고, 광주 롯데쇼핑몰엔 롯데백화점이 없다는 차이 정도다. 윤 후보는 ‘광주 복합쇼핑몰에도 백화점을 입점시키라’는 주장이었을까. 광주 복합쇼핑몰에서 명품을 쇼핑할 수 없으니 광주 시민들이 “막 대전도 올라가신”다는 주장이라면 사실관계가 아예 다르지는 않다. 참고로, 신세계와 롯데그룹은 광주에 각각 1개씩 백화점을 운영중이다.

일부 언론에선 ‘광주엔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매장도 없다’고 매도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롯데마트는 광주 상무지구에 ‘맥스(Maxx)’라는 이름의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중이다. 다만,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아직 없다. 공교롭게도 신세계와 롯데 구도다. 최근 윤 후보는 이른바 ‘멸콩 챌린지’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묘한 교감을 가진바 있다.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조감도 ⓒ롯데쇼핑


무산됐다는 신세계 ‘스타필드’ 사업
알려지지 않은 사실 그리고 오해


윤석열 후보의 발언 직후 주목 받는 사업이 있다. 지난 2015년 신세계에서 추진하던 ‘복합시설’ 사업이다. 지금은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 건설 사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당시 신세계는 현재 광주 화정동 이마트 자리와 추가부지에 25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면세점을 포함한 복합시설(연면적 34만1360㎡)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광주시가 방점을 둔 것은 쇼핑몰보다는 특급호텔이었다. 4년 뒤인,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광주시가 배후 시설로 쓰겠다는 구상이었다.

신세계가 관련 사업을 특급호텔+복합쇼핑몰로 추진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인근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컸다. 안그래도 이마트 때문에 피해를 입었던 인근 ‘금호월드(지역 쇼핑센터)’ 450개 입점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지난 2015년 7월 24일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립반대진위원회와 중소상인살리기 광주 네트워크 소속 상인들이 오전 광주 서구의회 앞에서 신세계 대형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5.07.24. ⓒ뉴시스


반발이 이어지자 광주시는 신세계 측과 쇼핑몰 규모(상업면적) 축소 협의를 몇달간 진행했다. 신세계 측은 전체 부지 규모만 줄이는 계획을 다시 제출했다. 주변상인들의 반대는 사라지지 않았고, 대선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던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도 반대 입장을 표했다.

특급호텔 규모와 면세점 검토도 삐그덕댔다. 면세점을 만들기 위해선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광주는 당시 기준(2014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3만1,000명에 불과했다.

신세계가 2017년 다시 재출한 계획에는 애초 250실 규모였던 특급호텔의 규모가 200실로 줄어들었다. 선수권대회 관계자들 수용호텔이 필요했던 광주시는 객실 규모를 다시 늘리라고 요청하는 한편 주변 중소상인과의 상생 방안을 세울 것도 제안했다.

신세계 측은 답변을 미뤘다. 외국인 관광객이 적은 광주에서 특급호텔 규모를 늘리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주시와 신세계 간의 지지부진한 상황은 2018년까지 이어졌고 결국 윤장현 시장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사업도 흐지부지 무산됐다.

지역상권 피해를 우려한 중소상공인들의 반대와 특급호텔에 대한 광주시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신세계 측 입장 때문에 대형쇼핑몰이 좌절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시와 신세계가 추진하려했던 대형쇼핑몰 조감도 ⓒ광주신세계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정치 마케팅 아닌 사회적 합의 필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도 있다. 윤 후보의 ‘광주 쇼핑몰’ 발언은 골목 상권과 유통재벌의 오래된 ‘침해’ 논란을 재점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선거 마케팅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골목상권의 반발은 여전하다. 윤 후보의 발언이 나온 직후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운동본부 등 70여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 19로 2년여 동안 각종 영업규제에 피폐해진 전통시장 등 지역의 상권을 송두리째 대형유통업체에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신세계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세대 갈등 역시 여전하다. 지난해 7월 무등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마트나 복합 쇼핑몰을 유치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20대와 30대에서 ‘적극 유치’ 입장이 70%를 넘어섰다.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답은 60세 이상(32.3%)에서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은 논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은 즉흥적인 공약이 절대 아니”라며 지역방송사에 토론 개최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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