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일반

광주시의 공원 부지 개발 사업에 꺼지지 않는 고분양가 논란

공공 역할 방기한 광주시…사업자 이익·명품 공원에 뒷전 된 집값 안정

광주광역시 중앙공원 1지구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공원 조성 사업이 부자 아파트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서민 접근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자의 고분양가 전략에 광주시가 동조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18일 광주시에 따르면, 서구 풍암동·화정동·금호동 인근 중앙공원 부지에 2,779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아파트 부지는 약 6만평으로 공원 부지 68만평의 8% 이상을 차지한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분양가가 1,870만원이다.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돈다. 옆 단지 집값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극한다. 투기 수요를 부추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호재라는 얘기가 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 1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공원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다. 공원 부지로 묶여있던 사유지를 2020년 6월부터 민간이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게 됐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는 공원 부지 매입과 공원 시설 공사를 민간에 맡기는 형태로 공원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민간 사업자는 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한다. 대신 지자체가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준 일부 부지에 아파트를 세워 분양 이익을 거둔다. 사업자는 분양 이익을 아파트와 공원 시설 공사비, 토지매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챙긴다.

지자체는 시 재원을 들이지 않고 공원 부지·시설을 확보한다. 아파트 입주자 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시 재원을 투입하면 공원 부지 전체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특례사업으로 진행되면 아파트 부지만큼 공원 면적이 좁아진다.

사업 초기부터 고분양가 논란 휩싸인 중앙 1지구

중앙 1지구는 다른 지구와 비교해 유독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 평당 분양가 1,938만원으로 인가받았다. 광주시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는 10개 지구 가운데 최고치다. 인근 중앙 2지구는 1,500만원이다. 나머지는 1,300만원 이하다. 가장 낮은 수랑지구는 985만원이다.

중앙 1지구에 들어설 아파트는 해당 지역 다른 단지와 비교해도 최고가다. 지난 17일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이 올라온 60개 단지 평당 시세는 평균 1,190만원 수준이다.

변수가 생긴다. 광주시는 지난 2020년 6월, 중앙 1지구 사업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SPC)에 사업계획을 다시 짜오라고 요청한다.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광주시 전역은 2019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HUG 고분양가 심사를 통과해야 분양보증이 제공된다. 분양보증은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하지 못 하고 도산해도, 피분양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공사가 보증하는 제도다.

광주시는 인가안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광주시가 인가한 사업계획은 선분양에 평당 평균 분양가가 1,938만원이었다. 광주시와 사업자 관계자가 HUG에서 임시로 받은 상한 분양가는 1,500만원대였다. 포스코가 화정동에서 공사 중인 염주 더샵센트럴파크 1,480만원의 105%를 기초로 산정한 수치다.

5개월간 광주시와 사업자 간 협의를 거쳤다. 대응안이 나왔다. 분양가는 1,900만원이었다. 인가안에서 소폭 조정된 수준에 그쳤다. 여전히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후분양으로 HUG 심사를 우회했다. 후분양은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후분양에도 부담이 따른다. 이자 비용이 커진다. 사업비를 대출받아야 한다. 선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사업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

세대수를 늘렸다. 분양가 인하와 금융 비용을 상쇄했다. 당초 2,370세대에서 2,827세대로 457세대(19%) 증가했다. 용적률도 200%에서 214%로 뛰었다. 세대수를 확대하기 위해 공원 면적은 줄이고 아파트 부지는 넓혔다.

대형 평수 중심으로 단지를 꾸렸다. 4~5인 가구 표준인 국민주택(85㎡) 이하 분양 물량 383세대를 모두 없앴다. 임대 물량도 당초 없던 85㎡ 초과 703세대를 신규로 허용했다. 85㎡ 이하는 50세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집값 안정 취지에 맞게 HUG 승인이 가능한 분양가로 추진하라는 시민사회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분양가를 유지하면서 중·대형 평수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자 요구를 광주시가 수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 ⓒ광주광역시

깜깜이·막무가내 표결로 얼룩진 심의 절차

논란이 증폭되자, 광주시는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사업계획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회에는 광주시와 사업자,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시민사회는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다. 사업자는 분양가를 인하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버텼다. 협의회에 참여한 서재형 광주경실련 건축도시위원장은 “사업자가 양보 못 한다는데, 저희(위원들)가 아무리 떠들어야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위원들 사이에선 사업자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용적률과 세대수를 늘려주자는 양보안을 내놨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재에 나서야 할 광주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시가 강력한 의지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조정안은 초라했다. 분양가는 불과 30만원 인하됐다. 후분양도 유지됐다. 사업자 이익 보장을 위한 방안이 담겼다. 주거복지를 위한 임대 세대수가 줄고, 분양 세대수가 늘었다. 분양 물량이 1,828세대에서 2,384로 550세대 이상 늘었다. 반면, 임대 물량은 999세대에서 420세대로 대폭 줄었다.

광주시 발표 직후 광주경실련은 “광주시는 조정안에 대해 협의회가 권고안으로 확정했다고 하는데,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위원들이 조정안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추후 조정하기로 했으나,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일부 위원은 반대했지만, 대다수는 동의했다”며 “몇 명이 반대했다고 해서 결론 난 게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표결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협의회가 요식행위에 그친 채 도계위 심의 절차로 넘어갔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도시계획법상 반드시 도계위를 거쳐야 한다.

도계위에서도 논의는 지난했다. 중앙 1지구를 논의한 2021년 7~8월 도계위 회의록을 보면, 광주시와 사업자는 더이상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 수지가 맞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위원들은 1,870만원이라는 분양가의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HUG 규제 대응과 협의회를 거치면서 사업계획이 사업자에 유리하게 조정된 상황이었다. 용적률과 세대수를 늘리고 임대 물량이 축소됐는데, 분양가는 여전히 높았다.

평당 건축비와 금융 비용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공하라는 위원들 요구가 쏟아졌다. 사업자가 주장하는 분양가 수치를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회의장에서는 ‘비용증가에 대한 근거자료를 사업자 측에서 투명하게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근거가 추상적이고 말뿐이니, 백데이터를 공개 검증을 요구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광주시는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시 측 관계자는 ‘공익성 제고를 위해 SPC 자료 공개 여부를 확인한 뒤 공개할 계획’,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증단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계위 최종 확정 때까지 위원들은 근거자료를 받아 못했다.

광주시와 사업자는 땅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원 부지 매입 비용이 증가해 사업자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인하가 어렵다는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다.

위원들은 비용 증가 책임이 누구에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광주시는 협약서상 사업자에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비용 증가를 명분으로 용적률·세대수·분양가를 올려주는 건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한 위원은 ‘광주시 행정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부실하게 사업자에 끌려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도계위 두 번째 회의에서 표결이 강행된다.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됐다. 반대 위원들은 광주시와 사업자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계위 위원 중 11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업자가 제출하기로 한 수익구조 증빙자료를 근거로 소위가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표결은 마지막 세 번째 도계위로 잡았다.

소위에서 도출된 결론은 정작 도계위 회의에서 배제된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고분양가 관리정책에 부합하는 수준(1,500만원)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선분양을 검토하라는 내용이었다. 용적률은 최대 22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8월, 추가 논의 없이 도계위 세 번째 회의에서 협의회 조정안과 거의 비슷한 최종안을 들고 와 표결에 부쳤다. 찬성 15명, 반대 11명으로 통과됐다.

도계위와 소위에 참여한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도계위 마지막 회의에서 광주시 측이 부결된 조정안으로 표결하자고 분위기를 몰아갔다”며 “소위 결론을 단순 참고용으로 의미 격하하면서, 조정안이 부결되면 그때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가 시민 혜택을 외면하고 사업자를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도심 공원 내 캠핑장 조성 ⓒ광주광역시

분양가 인하, 정말 불가능했을까?

광주시와 사업자 주장대로 정말 분양가를 더이상 낮추는 게 불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고분양가는 광주시와 사업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강행된 측면이 있다.

공원 조성비를 줄이면 된다. 공원 조성비를 낮추는 만큼 사업비가 줄어든다. 토지매입비와 사업자 적정 이익을 보장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광주시는 공원 조성비를 낮추고 싶지 않았다. 최근 이용섭 시장 발언에서 확인된다. 이 시장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명품공원을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중앙 1지구는 공원 조성비 규모가 크다. 광주시 10개 지구 총 공원 조성비 약 3,5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이 중앙 1지구다. 비중으로 40%를 넘는다. 캠핑장을 만들고, 산책로를 내고, 호수 변에 데크를 깐다.

사업 공고를 내기 전 광주시는 민관거버넌스를 꾸렸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공원 부지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공원 조성은 중장기 사업으로 시 재원을 투입해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 1지구에 합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자는 사업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공사비를 줄여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사업자 관계자는 “공사비가 줄면 품질이 떨어진다”며 “품질이 떨어져 미분양이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공사비가 품질을 보장하는지 불확실하다. 건설 자재 등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다. 회계상 공사비가 커져도 저가 자재를 쓰면 품질은 좋아지지 않고 사업자 이익만 불어난다.

조진상 교수는 “사업자가 제시한 자료는 근거 없이 건설 원가를 부풀린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건설업계·회계사 의견과 표준 품셈을 바탕으로 추정하건대 공사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협약서상 설정된 1,183억원을 초과하는 이익은 광주시가 환수한다. 모자란 사업자 이익을 광주시가 보전할 의무는 없다. 회계법인이 검증한 연간 결산보고서와 준공 후 정산보고서를 통해 초과 이익을 추릴 수 있다는 게 광주시 설명이다.

건설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한 사업자 회계장부를 검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가 건설 원가를 과대계상해 회계상 이익을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한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앙 1지구는 현재 토지보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24년 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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