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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석학 촘스키와 ‘샌더스 키즈’의 대표주자 AOC가 바라보는 미국과 세계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나눈 격정적인 대담


세계적인 석학이자 진보이론가인 노암 촘스키 MIT 명예교수, 그리고 미국 민주사회주의자의 상징으로 떠오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이 미국과 세계에 대한 긴 대담을 나눴습니다. 미국 진보매체 자코뱅의 기사를 절반 정도로 요약해 소개해드립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원문 : AOC in Conversation With Noam Chomsky


노암 촘스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사회자: 요즘 미국에서 시장과 정부에 대해 오랫동안 내려온 전제들이 깨지고 있다. 개인 간의 관계와 자연과의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새로운 환경을 세계적인 석학인 노암 촘스키 MIT 명예교수, 그리고 뉴욕 제14구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과 함께 살펴보았다.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다.

촘스키: AOC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굉장히 멋지다. 만나서 정말 반갑다.

AOC: 유일무이한 촘스키 교수와 함께 해서 영광이다.

사회자: 우리가 알고 지낸 지난 30년 동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마저 특히 환경이나 보건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계획 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전제들이 변하고 있는 것인가? 변한 것은 무엇인고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촘스키: 우리는 지난 45년간 ‘신자유주의’라는 특정한 사회경제적 정치 시스템에서 살았다. 1950년대에는 진보와는 거리가 멀었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우어 대통령조차 뉴딜 정책이나 노동자들이 억압받지 않고 조직을 만들 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미국의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합의가 지미 카터 대통령 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에 의해 완전히 뒤집어졌다.

신자유주의가 완전한 시장 경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시장 논리를 따라야 하는 사람은 민중이고, 시장 논리를 벗어나 보호를 받는 사람은 부자들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를 ‘구제 경제’라 부른다. 자본주의 특성상 금융위기가 반복적으로 닥쳤는데 그때마다 민중의 혈세로 부자들을 구제했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조지 W. 부시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를 시행했다. TARP에는 두 요소가 있었다. 하나는 약탈적 대출을 제공해 위기를 창출한 가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집을 잃고 직장을 잃은 위기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중 어떤 것이 실제로 시행됐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사회자: 민주당 하원의원 경선 출마 당시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낙관주의자로 알려진 나조차도 당신에게 떨어지면 다음에 또 출마할 것인지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민주당 서열 4위였던 10선 현역 의원 조 크롤리(56)을 꺾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봇물이 터진 것인가?

AOC: 댐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선거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풀뿌리 조직화에서도 말이다. 몇 년전 보다 수십 배 늘어난 파업만 봐도 그렇다. 그간 미국 정치 제도권과 자본주의 체제는 벌거벗은 임금님 같았다. 국민이 이 체제에 이름이 있고 나름의 특징이 있으며, 원하면 다른 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의 승리는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그동안 정치적 금기였던 체제 비판을 한 일한 오마르, 라시다 탈리브, 아이아나 프레슬리가 나와 같은 해에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년 후 코리 부시, 자말 보먼과 몬데인 존스가 하원에 입성했다.

댐에 금이 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민중이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거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 차로를 봉쇄하는 것 등의 전술이 지닌 진정한 힘을 깨닫고 있다.

촘스키: AOC의 당선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지난 40년 간 지속된 일방적인 공격의 계급투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민중이 당하고만 있지 않고 계급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레이건과 대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그들의 방어기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것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레이건과 대처의 첫 번째 움직임을 불법으로 노동운동을 가혹하게 공격하고 기업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었다. 민중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을 없앤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 거대한 파업 물결이 몰아쳤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썩어빠진 직장, 억압적이고 의료보험도 없는 형편없는 노동환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이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지금 경제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2021년 10월 20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파업 중인 농기계 노동자들.

사회자: 확실히 보건업계에서 그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AOC: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만 공론화된 게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 극단적인 몇몇의 무리가 아닌 미국의 역사와 함께 얽혀 있는 구조적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도 공론화됐다. 그런데 보건의료 종사자나 돌봄노동자, 교육자 등의 필수노동자가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차별 또한 공론화 됐다.

사회자: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정체성 정치’(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문화 등 정당 정치나 보편 정치에 속하지 않고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치적 동맹을 꾸리려는 정치운동이자 사상)이라며 배타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주제들에 대해서 좌파마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촘스키: 백인 남성 우월주의가 미국 역사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정서이기 때문에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처를 입은 건 분명하다. 상당히 의미 있는 상처들 말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주류 언론인 뉴욕타임스가 1619 프로젝트(흑인 노예가 처음 도착한 1619년을 미국의 건국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운동)를 다뤘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이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 대중의 의식과 인지도가 많이 변했다. 물론 이 주장은 바로 역풍을 맞았다. 이는 예상된 바였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가 미국 역사와 문화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뽑아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사회자: 두 사람 모두 지구상에서 인류가 생존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AOC가 발의한 첫 법안이 그린 뉴딜 결의안이었고 올해 나온 촘스키의 최신 책 제목이 “절벽(The Precipice)”이다. 우리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시간이 아직 남았는가? 너무 늦었는가?

촘스키: 절벽 가까이 다가왔다. AOC가 최근 재발의한 결의안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 결의안이 시행되든가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든가, 둘 중 하나다. 아주 단순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늦추면 늦출수록 일이 어려워진다. 필요한 조치를 10년 전에만 시행했어도 지금 이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1990년 초반에 교토 프로토콜을 거부한 유일한 국가가 되지 않았다면 훨씬 쉬었을 것이다.

AOC: 결의안 초안이 이미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결의안이 발의돼 공개되자마자 (물론 언론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전역의 도시와 주에서 이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로스앤젤리스, 오스틴, 뉴욕, 메인주 등은 이를 이미 채택했고, 더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는 곳도 있다. 연방정부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엄청나게 많은 검은 돈, 월가와 특수이익이 미국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선거참여 외에도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방식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풀뿌리 단체행동이 커지면 지배계층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자기네의 정통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촘스키: 급진적인 변화는 늘 국민으로부터, 계급투쟁의 피해자들로부터 나온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웨스트버지니아 석탄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대대적으로 받고 있는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편을 들며 여러 기후변화와 환경 조치들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웨스트버지니아 사람들은 달랐다. 석탄산업 노조에서 광부들이 파괴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 더 좋은 일자리와 공동체의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전환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실제로 많은 광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2019년 2월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함께 그린 뉴딜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

사회자: 활동가이면서 정부에서 일하는 것이 요즘 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당선과 재선을 위해 다른 일들도 해야 하지 않는가.

AOC: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는 큰 모순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작동방식에 대해 아무리 비판적이어도 그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는 다른 영역에서도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지 선거정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거를 뛰어넘는 조직화와 동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정치는 보다 넓은 동원의 일부일 뿐이지 그 결정체가 아니다. 선출된 관리로서 의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의원들이 모이기도 전에 동원된 엄청난 정도의 압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법안들이 의회에서 논의되는지조차 외부 동원의 결과이다. 그것은 자본이 주도한 동원이거나 민중이 주도한 동원이다.

사회자: AOC가 최근 한 법안에 투표를 하면서 울먹울먹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법안이었던 것으로 안다.

촘스키: AOC가 얘기했듯 정치의 핵심은 활동주의와 동원이다. 그 법안은 이스라엘의 영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8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었는데 의회에서 “공격을 받는 사람들이 방어체계를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고 수려한 말로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가자 지구’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200만 명의 사람들, 100만 명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지속적인 맹렬한 공격을 받는다. 선진기술로 만들어진 미국 무기들이 매일 그런 공격에 쓰이고 있다.

가자 지구 사람들은 마실 물이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고 있다. 마실 물이 없어서 아이들이 죽고 있다. 하수도 시스템도, 전력망도 다 파괴됐다. 그렇게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상태로 사람들이 가자 지구에 완전히 봉쇄돼 갇혀있다. 그들을 위한 방어는 어디에 있는가.

다시 활동주의와 동원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중 동원과 의회의 행동 간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왜곡되기는 하지만 외부의 반영이다.

20대가 주도해 2017년 시작한 ‘썬라이즈운동’이 정확한 예이다. 썬라이즈운동은 기후변화 활동의 최선봉에 서 있다. 그러다가 시민불복종 단계까지 나갔다. 250명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집무실을 점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쫓겨나지 않았다. 의원 한 명이 와서 합류했기 때문이다. 바로 AOC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조 바이든의 기후변화 정책이다. 물론 최선의 정책은 아니지만 이전 정책들보다는 낫다.

AOC가 지지자들을 모아 대중 활동주의를 의회와 접목시킨 것이다. AOC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 이는 우리에게 귀감이 돼야 할 것이다.

사회자: 그게 AOC 당선 초기의 일이었다. AOC는 제도권 정치에 외부인으로서 새로운 피로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기 임무 중 하나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까지 그것이 잘 돼 왔는가? 앞으로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은가?

AOC: 야당이 아닌 여당내의 소수 정당으로 활동하는 방식을 고심 중이다. 운동진영의 세력과 동원 능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를 말이다.

한 가지 성공사례가 있다면 그건 우리가 의회진보코커스를 동원해 법안을 막은 일이다. 그동안 이 조직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보수파가 특별한 반발 없이 오랫동안 민주당을 장악했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 보건, 보육, 교육, 환경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요구를 법안에 더 반영시키기 위해 95명의 소속 의원을 결집시켜 이들의 단체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민주당에게 큰 충격이었다. 언론도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많은 매체는 소수의 진보파가 민주당의 내분을 일으키는 말썽쟁이들이라는 과거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소수의 친기업파가 당내에서 업무방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의회진보코커스가 민주당내에서 민중의 힘을 키우기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에게 “당신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필수 노동을 행하지 않으면 그 영향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라고 전하고 싶다.

이번 일로 의원들도 자신의 힘을 깨달은 것 같다. 정치가 자본, 월가, 민주당 제도권 지도부의 생각대로만 움직인다고 포기했던 일반 의원들이 자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예전에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방식으로 말이다.
2011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연설 중인 노암 촘스키.

사회자: “다른 세상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한다.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촘스키: 1930년대부터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기억할 정도로 내가 늙었다).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 계급의 이민자 1세대로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낙관적이었다. 엄청난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낙관이 아니었다. 노동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상황이 너무 나쁘지만 우리는 함께 한다는 생각,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는 생각, 우리에게는 노동쟁의, 정치단체, 사적 모임, 노조 등이 있고 어느 정도는 우리를 우려하는 정권 하에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가 함께 그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들이 옳았다.

1960년대의 일도 일례다. 흑인 학생 두 명이 인종분리 정책을 채택하고 있던 남부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에서 백인 전용 좌석에 앉았다. 물론 그들은 이내 쫓겨나 체포됐다. 그렇게 이 일이 마무리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흑인 몇 사람이 그 식당을 찾았다. 그 이튿날은 더 많은 흑인들이 식당을 찾았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식당에 오기 위해 북부에서 내려오는 흑인들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또 얼마 되지 않아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 소속 간부들이 흑인 농부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프리덤 버스’를 타고 남부를 누볐다. 이내 커다란 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늘 민중이다. 우리는 그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이 다른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영감을 준다. 우리가 존경하고 귀하게 여겨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국민을 대변하는 몇몇 유명 인사들의 행적으로 변화의 역사가 기술됐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대중이 움직일 때 변화가 이뤄진다. 이는 역사에서 일부러 누락되거나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너무나 강력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보다도 좌파의 가장 큰 적은 냉소주의다. 냉소주의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해 도구이다.

아룬다티 로이는 새로운 세상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파편적이나마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내게 희망을 준다. 수백만이 살고 있는 뉴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구 대비 노동자 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브롱크스에서 말이다.

주제가 무엇이 됐든 이론적이고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적극적으로 실험을 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곳이 있다. 미국의 구금 위기와 교도소 부족 문제에 대해 교도소 폐지론자들이 교도소 폐지뿐만 아니라 애초에 이처럼 많은 범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법도 고민한다.

브롱크스의 폭력근절 프로그램도 그렇다. 브롱크스는 만기출소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은 청년들의 멘토가 되게 했다. 그랬더니 범죄 재발율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우리가 아는 한 그 어떤 경찰 프로그램보다 효과적이다.

내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은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개발한 해결책을 어떻게 운용해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는 좌파의 냉소주의를 깨뜨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냉소주의가 좌파의 적이다. 우리에게 자해를 하라고 주어진 수단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희망을 낳는다. 그게 우리가 앞으로 전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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