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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2만원 할인 쿠폰, 초고속 배달’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

출혈경쟁에 신사업 진출까지... 역대급 호황에도 배달앱 적자행진 자영 업자들 “중개수수료 오르면 음식값 올려야죠”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앱 업계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간의 과도한 출혈 경쟁과 신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배달앱 업계 안팎에서는 지속된 적자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것이 바로 “현재 프로모션 중인 중개수수료와 배달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점업체(음식점)들이 부담해야 하는 중개수수료와 소비자가 부담할 배달료를 사실상 인상함으로써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6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 2, 3위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배민은 2년 연속 적자 경영 중이다. 구체적인 실적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매년 2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2019년부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364억원에 이어 2020년에도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달앱 업계는 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소비자 대상 할인 쿠폰 마케팅 ▲단건 배송 ▲배달원(라이더) 프로모션 등의 출혈 경쟁을 꼽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쿠폰은 비용을 배달 플랫폼이 전적으로 감당하는 만큼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배달앱 업계의 설명이다. 단, 특정 브랜드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할인 쿠폰의 경우 개별 이벤트로 해당 브랜드가 비용을 부담한다.

국내 배달 플랫폼 중 쿠팡이츠와 배민이 제공하고 있는 ‘단건배송’ 서비스도 적자 요인으로 지목됐다. 배달앱 관계자에 따르면 단건배송 1건당 약 1천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한다. 배달 1건당 필요 비용은 평균 6천원인데, 현재 양사의 배달료는 5천원이다. 그동안은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방식(묶음배송)으로 건당 배달비용을 줄여왔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쿠팡이츠는 주문 전체를 단건배송 중이며, 배민은 전체 주문 중 단건배송의 비중이 약 30%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배달 주문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안으론 손해가 쌓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역시 최근 들어 배달 플랫폼의 적자폭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배달앱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주문 건수 급증으로 배달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쿠팡이츠에 이어 배민까지 단건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라이더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배달 플랫폼들은 주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라이더들에게 추가 배달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싸움이 치열한만큼 출혈 경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기업이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적자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프로모션 중인 중개수수료와 배달료도 결국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발주자 ‘쿠팡이츠’ 등장으로 본격화된 배달앱 업계 출혈경쟁



배민과 요기요로 양분돼 온 배달앱 시장의 출혈 경쟁은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등장하면서부터 본격화했다.

2019년 출범한 쿠팡이츠는 시작부터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첫 주문 최대 5천원 할인 등 일시적이지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이용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배달앱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이른바 ‘계획된 적자’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5천원 수준이던 쿠팡이츠의 첫 주문 할인 쿠폰은 1만원, 1만5천원을 거쳐 현재 2만원까지 올라갔다. 던킨, 버거킹, 굽네치킨, 피자헛 등 인기 프랜차이즈 주문시 최대 35%를 할인해 주거나, 선착순 인원에게만 적용되는 ‘선착순 주문 할인’도 진행한다. 할인 프로모션을 경쟁적으로 진행해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쿠팡이츠 첫주문 할인 쿠폰 자료사진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건 업계 1위인 배민이었다. 이용자가 배민 첫 주문시 1만원 쿠폰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첫 포장 주문시에도 사용 가능한 3천원 할인 쿠폰 증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3번 이상 주문하면 5천원짜리 할인 쿠폰을 주는 ‘도전 배민1 할인’과 분식, 치킨, 카페 디저트,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대해 해 최대 7천원을 할인해주는 ‘배민대축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적자가 시작된 2019년 배민의 프로모션비용(판매촉진비)는 966억원으로 전년(91억원)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배민은 2020년에도 679억원을 판매촉진비로 사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은 요기요도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 이렇다 할 마케팅을 선보이지 못했던 요기요는 지난 10월 말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서 경쟁사들과의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요기요는 지난 11월 한 달간 평일(금요일 제외)마다 저녁 9시 이후 전 메뉴를 2천원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뿌렸다. 12월에는 연말 릴레이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첫째 주인 이달 5일까지는 치킨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진행 중이다. 이용자는 이 기간 모든 브랜드의 치킨을 주문할 때 최대 8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단건 배송 확대, 또다른 적자 요인



쿠팡이츠는 ‘단건 배송(한 번에 한 건씩만 배송)’을 앞세운 ‘30분 이내 배송’으로 경쟁사들을 압박했다. 기존 배달앱들은 한 명의 라이더가 여러 건의 주문을 모아 배달하는 이른바 ‘묶음배송’ 형태로 운영해 왔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음식이 배달되기까지 평균 40~50분가량 소요됐다.

단건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쿠팡이츠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배민은 지난 6월 단건배송을 도입한 ‘배민1’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의 묶음배송 시스템은 유지하되, 이용자가 ‘배민1’ 카테고리 내에서 주문할 경우 단건배송을 해주는 방식이다.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와 부업 커넥트가 단건배송을 전담한다.

배달인력 확보를 위한 라이더 대상으로 프로모션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족해진 배달인력 충원을 위한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을 따로 진행한 것이다. 쿠팡이츠는 한때 배달인력 확보를 위해 피크시간대 배달료를 최대 2만원까지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쿠팡이츠만큼은 아니지만 배민 라이더를 대상으로 점심, 저녁 등 주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 최대 1만5천원의 추가 배달비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또 최근까지 기존 라이더의 추천을 통해 입직한 신규라이더가 가입 14일 이내에 첫 배달을 완료하면 추천한 라이더와 추천받은 신규라이더에게 5만원씩 지급하는 ‘지인 추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배달 업계는 소비자에겐 할인 쿠폰을 주고 라이더들에게는 배달료를 높여 주는 자발적 출혈 경쟁에 놓인 것이다.

배달 오토바이 자료사진


중개수수료도 올릴판…
자영업자들 “음식값 인상 불가피”...소비자 부담 더 늘어날 수도



배달앱 업계는 중계수수료 인상도 언급하고 있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금액에 따라 배달앱은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는 수수료에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주문금액에 몇%를 받아야 하지만 배달앱 업계는 금액과 관계 없이 건당 1천원에 배달료를 징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중개수수료를 현실화하면 배민과 쿠팡이츠 수수료가 인상된다. 두 업체는 프로모션으로 ‘중개수수료 건당 1천원+배달료 5천원’을 일괄 적용 중이다. 프로모션을 종료하면 배민은 ‘건당 주문금액의 12%(중개수수료)+배달료 6000원’, 쿠팡이츠는 ‘건당 주문금액의 15%+배달료 6000원‘을 입점업체(수수료)와 소비자(배달료)에게 받아야 한다. 현재 수수료 1천원이 금액에 따라 1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 ‘ㄷ’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58)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70%가량 급감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배달을 시작했고, 다행히 점점 늘어나는 배달 주문으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중개수수료와 배달료 등 각종 수수료를 떼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 실질적인 수익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씨는 “1만원대 주문이 대부분인데, 현재 고정적으로 나가는 수수료가 4,500~5,000원 정도다. 여기서 원가를 제외하면 정말 남는 건 몇백원 정도”라며 “간혹 마진이 작은 베이커리류로 주문이 들어오면 오히려 손해가 날 때도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프로모션을 중단해 중개수수료와 배달료를 올린다면 사실상 배달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남는 게 없는 만큼 배달을 계속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하게 음식값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배달 주문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중개수수료가 올라갈 경우 가게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선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 종로구 대학가 인근 있는 ‘ㅇ’일식 전문점은 최소주문금액이 1만5천원이다. 평균 배달주문금액은 2만원 정도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고정적으로 4,500원(중개수수료 1천원과 배달료 3,500원)이 수수료가 나가고 있다”며 “여기서 재룟값 등 원가를 제외하면 손에 쥐는 돈은 2천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체계가 개편돼 15%인 수수료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부담은 대폭 커진다. 김씨 가게에 2만원짜리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보자. 김씨가 내야 할 중개수수료는 1천원에서 3천원으로 2천원 오른다. 그나마 남는 이윤 2천원을 고스란히 수수료로 내줘야 하는 것이다.

김씨는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받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는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쿠폰을 뿌리는데, 우리가 힘들어 가격을 올리면 쿠폰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대기 중인 쿠팡이츠마트 전담 배달오토바이 자료사진


배달앱 퀵커머스 진출이 적자폭 키웠다



일각에서는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배달앱들의 적자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는 최근 3년새 연이어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만큼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배민은 2019년 퀵커머스 사업인 B마트를 본격화하며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배달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빠르게 확대했다. 그해 배민은 라이더 인건비로 지출되는 외주용역비로 총 1,436억원을 사용했다. 전년(562억원) 대비 2.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2020년 배민이 지출한 외주용역비는 이보다 약 2.3배 증가한 3,294억원에 달했다.

또 배민은 B마트 운영을 시작하면서 서울 내 15곳에 도심형 물류센터를 개설하고, 직매입 방식으로 3천여종의 물품을 확보했다. 서비스 지역은 서울에 한정했다.

3년이 지난 현재 B마트는 서울 및 수도권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엔 대전 지역에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대전 중구에서 B마트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은 추후 상황에 따라 서비스 지역을 대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확대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 만큼 물류창고 수도 증가했다. 서비스 시작 당시 15개였던 도심형 물류창고는 현재 30여개까지 늘어났다. 취급 품목도 가공식품, 식재료, 우산, 세제, 건전지, 반려동물용품 등 약 7천여개에 달한다.

쿠팡이츠도 지난 7월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앱 내 ‘마트’ 카테고리를 신설한 쿠팡이츠는 서울 송파구 지역에 한해 퀵커머스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는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으로 서비스 지역을 서울 송파에 이어 강동 지역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연내 역삼까지 서비스 구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퀵커머스에서도 이어졌다. 쿠팡이츠마트는 전담 배송 기사를 물류센터에 상주시킴으로써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전담기사를 둬 빠른 배송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신사업 진출이 배달앱 업계의 적자폭을 키웠을 것이라고 본다. 출형경쟁에 더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가 과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 업계처럼 파이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면, 투자가 과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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