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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안 내는 망 사용료, 네이버는 1천억원씩 내는 이유

‘오징어게임’으로 가입자 늘린 넷플릭스, 국내 트래픽 유발하고도 비용은 ‘0원’
네이버엔 ‘갑’, 넷플릭스엔 ‘을’이 되는 통신사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메인 포스터ⓒ사진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트레이닝복과 달고나가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통신업계에서도 '오징어게임'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유튜브) 등 해외 업체들이 국내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는 고화질의 영상컨텐츠를 서비스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네이버 등 국내 업체는 1천억원 규모의 망 사용료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SKT, KT, LG유플러스 등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설치한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이에 국내CP들은 통신사들과 계약을 맺고 망 사용료(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통신3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2016년 약 734억원, 2017년 약 1141억원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네이버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이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 구글(유튜브) 등 해외CP는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150억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CP가 부담하는 비용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규모다.

이에 대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GIO)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 국정감사에서 "예전부터 역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이 있다"며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고 하면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해외기업도 같은 기준으로 내야 공정경쟁이 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21.ⓒ뉴시스

네이버에는 '갑'인 통신사, 넷플릭스에는 '을'

CP와 통신사 간의 계약에 대해 정부는 사적자치(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로 인정하고 있다. 사업자 간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계약 내용은 각 업체별로 다르고 그 내용이 공개된 바 없지만, 대부분 국내CP들은 트래픽 양에 따라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법의 규제가 없는 탓에 CP와 통신사 간의 계약은 오로지 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 넷플릭스 등 독점 컨텐츠를 가진 글로벌CP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국내CP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국내에 서버를 두고 국내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국내CP들은 국내 망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통신 3사에 비해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들이 자칫 자신들의 컨텐츠에 대한 접속을 제한하기라도 한다면 경쟁 업체에 점유율을 뺏기는 등 큰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실제로 국내 업체에 대한 접속을 아예 제한하면서 망 사용료를 압박하기도 했다. 스마트기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2012년 KT가 삼성 스마트TV 앱의 접속을 제한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KT는 PC에 비해 고화질의 영상 컨텐츠를 기존 인터넷 망을 통해 제공하는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에 망 사용료를 요구했다. 삼성이 이를 거부하고 협상에 나서지 않자 KT가 삼성 스마트TV의 접속을 제한한 것이다. 결국 10여일만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접속이 재개됐다. 이후 KT는 미비한 징계를 받았지만, 결국 삼성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오는 데 성공해 업계에서는 KT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 삼성은 KT에 "애플과 차별하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KT는 애플의 '아이폰3GS'를 단독으로 국내 정식발매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폰4'까지 독점 공급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보급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자 통화불통 현상이 나타기도 했으나, KT는 애플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애플과 KT의 사례처럼 해외CP인 넷플릭스, 유튜브가 영상컨텐츠 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황인 만큼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갑질'을 부릴 수만은 없다. 소비자 유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소 극단적 예이기는 하지만, 통신사가 과거 삼성 스마트TV 사례 처럼 유튜브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론칭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IPTV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전체 유선방송 시장(IPTV+케이블TV)에서 점유율 25.2%를 기록, SK브로드밴드(24.6%)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해외CP 유치가 점유율에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넷플릭스와 독점계약했던 LG유플러스ⓒ뉴시스

넷플릭스·구글, 국내 트래픽 대부분 차지하면서 망 사용료는 '0원'

해외CP들은 대부분 통신사들과의 계약으로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두는 대신 망 사용료를 감면받고 있다. 캐시서버는 자주 소비되는 컨텐츠를 미리 저장해두고 빠르게 제공하는 장치로, 해외CP와 통신사 간 협의를 통해 설치한다.

해외CP들은 컨텐츠가 저장된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국내CP에 비해 원할한 이용이 힘든 환경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해외 컨텐츠를 국내에 원활하게 서비스하기 위해 캐시서버 설치 등 해외CP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만일 캐시서버 등을 설치하지 않게 되면 해외 망을 이용해 본사 서버에 직접 연결해야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서비스도 어렵게 된다.

현재 넷플릭스는 LGU플러스, KT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자체적으로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의 관리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CDN은 각지에 흩어진 캐시서버를 통해 효율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컨텐츠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을 통신사 측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 측 입장이다.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지 않은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으로 현재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한일 간 해저 전용회선을 이용해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 직접 접속해야 한다. 최근 트래픽도 급속히 늘어나면서 한일 간 회선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접속으로 인해 지난 2018년 6월부터 올해까지 부담한 비용이 최대 1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1심 판결에서 법원은 지난 6월 넷플릭스가 해당 비용에 대해 부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양측이 협상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한 바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자료사진)ⓒSK브로드밴드

캐시서버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해외 망 이용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지만, 통신사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서버에서 국내에 있는 캐시서버까지의 트래픽이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캐시서버에서 국내 망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도 상당하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통신3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평균 트래픽 발생량 상위 10개 사업자 중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CP의 비중은 지난해 26.9%에서 올해 21.4%로 하락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CP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73.1%에서 78.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CP가 캐시서버 설치 등으로 지불하는 비용보다 국내 망 사용량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는 캐시서버 설치 비용은 실제 국내 망 사용량에 비해 10%~20% 수준"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도 "캐시서버 설치 비용은 얼마되지 않아 우리가 부담해도 된다. (망 사용료와 관련해)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와 달리 넷플릭스가 미국, 유럽 등에서는 망 통신료를 부담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 2014년 2월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와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하면서 "인터넷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외에도 버라이즌, AT&T 등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의 통신사 오렌지에도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 기업 로고.ⓒ뉴스1

넷플릭스 망 이용료 부과 법제화 속도 내는 국회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CP의 '망 무임승차'가 논란이 되자 국회는 물론 정부도 제도 정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로부터 넷플릭스에 대한 보고를 받고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리적인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 등에 대해서 총리가 챙겨봐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제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미 지난해 6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개정을 통해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트래픽 처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망 사용료'가 아닌 '조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해외CP의 망 사용료 부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7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CP)가 트래픽 양에 따라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망 사용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김상희 의원실에 따르면 준비 중인 법안은 일정량 이상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와 통신사 간 계약을 체결할 것을 법적 근거를 포함할 예정이다. 그동안 CP와 통신사 간 계약체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만 명시돼 강제성은 없었다.

또한 계약시 캐시서버 설치 비용으로 망 사용료를 감면받는 등 해외 CP들이 누리고 있는 특정 조항 등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망 이용료 산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20일 과기정통위 국감에서 "넷플릭스 등 CP의 망 사용료 무임승차 문제와 관련해선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급 의무를 규정하는) 법 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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