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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수 고교생 사고 재연, 해경 구조대원도 삽시간에 바다속으로

잠수복 벗는 순서도 몰랐던 홍군...훈련받은 구조대원도 재연 1초만에 바다속으로

여수해양경찰이 8일 오전, 지난 6일 발생한 현장실습 고교생 홍정운 군의 사고를 재연하고 있다.ⓒ제공 : 여수해양경찰

여수해경이 지난 6일 발생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고를 재연했다. 당시와 똑같은 환경으로 실험을 했더니, 잠수에 능슥한 해경 구조대원도 삽시간에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해상에서 잠수 장비를 벗을 때는 ‘안전 순서’ 대로 벗어야 하는데, 사고 학생은 순서를 몰랐다. 장비를 입고 벗는 기초적인 교육도 없이 잠수 작업에 내몰렸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재연을 통해 확인됐다.

8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여수 해경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차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2차 조사는 당시를 재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연에는 6명의 해경 구조대원, 해경 수사관, 고용노동부 조사관, 사고를 낸 S해양레저 대표 황(48)모씨, 유족 등이 함께했다.

이틀 전, 사고를 당한 홍정운(18) 군은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요트 밑바닥에 붙은 조개를 뗐다. 약 1시간가량 작업하던 홍 군은 잠수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 군은 장비를 하나씩 벗어 선착장에 있던 업체 대표 황씨에게 건넸다. 등에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고, 허리엔 웨이트벨트라고 부르는 납벨트를 차고 있었다. 발엔 오리발을 신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비를 벗을 땐 순서가 있다. 몸을 가라앉게 만드는 납벨트를 제일 먼저 해체해야 한다. 이후 오리발을 벗고, 마지막으로 등에 메고 있던 산소통을 벗어 넘겨야 한다. 산소통은 자체 부력이 있는 데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생명줄인 산소통을 마지막에 벗는 것이다.

황군은 반대로 했다. 산소통을 가장 먼저 벗었고, 이후 오리발 한쪽을 벗었다. 부력을 유지하는 장비는 제일 먼저 벗고, 몸을 바다로 끌어당기는 납벨트는 끝까지 차고 있던 셈이다. S해양레저 대표 황모씨는 해경에 “오리발 한쪽을 받아서 놓고 뒤를 돌아봤더니 홍 군이 없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구조대원들이 홍정운 군과 똑같은 순서로 장비를 벗어봤다. 재연을 참관한 유족은 “산소통을 벗고 오리발을 벗자 납벨트를 찬 기동대원의 모습이 1초만에 바다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가 납벨트 무게를 속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는 홍 군이 차고 있던 납벨트 무게가 6kg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중 수색으로 찾아낸 납벨트 무게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2kg에 달했다는 것이다.

재연에 사용된 납벨트는 12kg짜리였다. 12kg 납벨트는 해녀 중에서도 수심 10~20m 깊이에서 작업하는 1군 해녀들만 찰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 깊이 잠수 할 수 있도록 무거운 납벨트를 찬다는 것이다. 오리발 추진력으로 12kg의 무게를 극복하고 수면위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잠수 실력과 근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2~3군 해녀들은 12kg 납벨트 착용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조사결과 미숙한 홍군이 빠져나오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군의 장비 해체 순서를 보면 사전 교육이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레저업계 관계자는 “납벨트부터 풀어 주는 게 상식”이라며 “납벨트 전에 산소통을 빼버리는 것은 교육이 전혀 안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장실습을 나갔던 홍정운 군이 사용한 잠수 장비들ⓒ제공 : 홍군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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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 김백겸·조한무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