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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북한 장사정포 못 막는 한국형 아이언돔, 불가능한 계획에 세금 퍼붓기

중동 충돌 국민 불안감 이용한 세금 나눠 먹기 발상... ‘수도권 방어’ 쏙 빠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탄을 막기 위해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자료 사진)ⓒ뉴시스, AP통신

최근 국방부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북한에 실전 배치된 장사정포를 요격하기 위한 무기를 203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며, 약 3조 원가량의 국민 세금을 사용해 이른바 ‘한국형 아이언돔’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언돔’은 무엇이고, 개발된다면 정말 북한의 가공할 장사정포로부터 수도 서울과 시민들을 방어해낼 수 있을까? 또 그럼 그동안은 왜 추진하지 않았을까? 이제부터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보자.

여기서 한국형 아이언돔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하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탄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아이언돔 방어 시스템을 본을 떠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이스라엘 아이언돔’을 잠시 알아보자.

특정 지역 상황에서만 통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요격 체계

이스라엘이 개발한 아이언돔은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인 하마스 등이 발사하는 로켓탄이나 박격포 등을 요격해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 약 2천300억 원을 투입해 4년 만인 2011년 아이언돔 개발을 완료해 실전에 배치했다.

아이언돔 1개 포대는 ‘타미르’라는 요격미사일 20발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 차량 3∼4대와 탐지·추적시스템을 갖춘 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대체로 탐지 범위는 40∼70㎞, 요격 고도는 10㎞에 이른다. 쉽게 말해 날아오는 로켓탄을 저고도에서 탐지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하는 것이다.

아이언돔 제작사는 요격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30% 내외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아이언돔 1개 포대 운영비에만 600억 원이 넘게 들고 타미르 한 발 가격만 5천만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하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탄 한 발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한 발에 5천만 원씩 퍼붓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날아오는 로켓탄 근처에서 폭발해 요격하는 방식으로 이로 인한 유탄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수백 발이 날아오는 하마스의 로켓탄을 격추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주거지역을 비롯해 곳곳에 아이언돔 포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태풍급’ 북한 장사정포 공격 위력을
‘이슬비’ 하마스 로켓포에 비교하는 한심한 발상

그렇다면, 북한의 장사정포 위력은 어떨까? 이미 북한이 1996년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할 때부터 수도권을 겨냥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북한은 단지 몇 발만 발사했지만, 이는 현실로 드러났다.

현재 북한은 MDL 인근에만 약 1천여 문의 각종 장사정포를 배치하고 있다. 사거리 54㎞의 170㎜ 자주포와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 330여 문이 서울과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실전 배치한 300㎜ 대형 방사포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배치된 장사정포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사정포들이 일제히 사격에 나선다면, 산술적으로 시간당 2만 발이 넘는 포탄이 수도권에 떨어질 수 있다.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이 이슬비라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은 가히 집중 폭우를 동반한 태풍급이다. 2만 발 가까이 떨어지는 포탄을 2만 발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유사시 이른바 ‘서울 불바다’는 허풍이 아닌 아닌 현실이 된다. 이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민들이 실감하자, 국방부는 당시 국민 안심용으로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구매를 검토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집중호우처럼 퍼붓는 북한 장사정포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방부가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장사정포 공격을 일일이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발사 원점을 자주포나 다연장 무기 등을 통해 대규모 타격하는 대화력전 방식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한미 공군의 합동직격탄(JDAM) 타격 등 여러 대응책에도 매년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중동 충돌 국민 불안 빌미로 예산 나눠 먹는 ‘국방부 카르텔’

그런데 왜 갑자기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이 튀어나온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격 체계 개발을 명분 삼아 국민 혈세를 방산업체에 나눠주려는 고질적 행태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북한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및 핵심 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인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 문단을 슬쩍 넣었다. ‘서울 불바다’ 대표되는 북한 장사정포의 위력을 알고 있다는 시인인 셈이다.

그런데 마침(?)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공습과 하마스의 반격이 벌어졌다. 올해 4월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은 5월 들어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로켓탄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대량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마스 측이 발사한 로켓탄을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으로 파괴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대체 이스라엘은 잘 막는데, 우리는 북한 장사정포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일부 여론이 형성됐다.

이를 기회로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려진 한국형 아이언돔이 재등장한 것이다. 국방부가 6월 2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를 동원해 1순위로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계획을 심의·의결하고 방사청이 이를 보도자료 첫 순위에 올린 배경이다.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한 군 관계자는 “솔직히 방산업체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고 시인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전·현직 군 관계자와 군사전문가도 한목소리로 “왜 철지난 계획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개발하겠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이유이다.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자료사진)ⓒ뉴시스

뜯어보니 ‘수도권 방어’는 쏙 빠진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계획

중동 지역의 충돌을 기회로 국민 예산을 엉뚱하게 사용하려는 배후에는 이른바 한국형 군산복합체인 ‘국방부 카르텔’이 있다. 취재 과정에서 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중동 충돌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마치 북한 장사정포의 수도권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듯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를 면밀하게 뜯어보면 이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방사청은 보도자료에서 “적(북한)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국가 중요시설 및 군사보안시설을 방호’하기 위하여 국내 연구개발로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작년 8월 발표한 국방부 중기계획에서는 “‘수도권 및 핵심 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이었지만, ‘수도권’이 쏙 빠진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도 방사청 관계자는 “청와대나 중요 군사시설 쪽으로 떨어지는 포탄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체 자신이 낸 세금이 마치 자신들이 사는 민간지역 방어에 쓰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한 방사청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럼 이 개발 계획의 취소를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기자는 역으로 묻고 싶다. “관계자가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철지난 계획을 그것도 엉뚱한 방향으로 혈세를 사용하는 것을 동의해 줄 것이냐”고.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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