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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결혼 준비하던 서른살 청년이 일요일 공사장서 사망사고 당한 이유

[죽음의 일요 건설현장 ①] 새로 부른 이동식크레인, 누적된 피로 등...중대사고 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산재사망사고를 당한 한 청년 건설노동자의 SNSⓒ기타

최근 대구 지역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서른 살 청년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일요일에도 출근해 일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같은 날 경기도 포천 증축공사 현장에서도 한 건설노동자가 건설자재에 깔려 숨졌다. 지난 4월 4일에도, 지난 3월 1일에도, 지난해 12월 20일에도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모두 법정공휴일에 발생한 사고였다. 모두 건설 현장 일요일 휴무제가 시행된 이후 발생한 사고였다. ‘일요일 휴무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그들은 왜 쉬지 않고 일요일 건설 현장으로 나가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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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중”

김시우(가명·30) 씨의 SNS 소개란에 적혀 있던 상태 메시지다.

시우 씨는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4월 19일 월요일 약혼자와 함께 결혼반지를 보러 갈 참이었다. 하지만 시우 씨는 약혼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하루 전날인 4월 18일 일요일 공사 진도가 늦다는 이유로 건설 현장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동료들과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오전 8시 50분경 대구 달서구 죽전역 코아루 더리브 주상복합 234세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우 씨는 거푸집 벽체를 크레인으로 해체하는 작업 중 벽체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깔려 숨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시우 씨가 일하던 민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간혹 모두가 쉬는 일요일 또는 공휴일에도 일부 팀이 나와서 일을 했다고 한다. 공사기간이 빠듯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중 내내 일하면서 녹초가 된 상태였지만, 일주일 중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건설 현장으로 출근했다가 사고를 당한 셈이다.

시우 씨는 지난해 5월 건설 현장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에도 가입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노조가 있는 건설 현장이었지만, 그는 일요일에도 일해야만 했고 사고를 피할 순 없었다.

사고 현장 사진ⓒ건설노조 관계자 제공

피로 누적에도 주말 출근
새로 부른 이동식 크레인
관리자들도 일부만 출근

시우 씨가 사고를 당한 이날은 일요일이라, 건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기사는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시공사 측은 주중에 사용하던 타워크레인은 사용할 수 없었기에 이동식 크레인을 따로 돈을 주고 불렀다. 익숙한 기존 방식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자재까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었다고 한다.

당일 안전관리 책임자도 당직자만 출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관계자는 “이런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 총책임자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며 “현장에서 안전책임자가 안전하게 작업하는지 계속 감시해줘야 하는데 안 왔다. 권한이 없는 부하 직원만 배치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요일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다음 공정을 위해 일부 팀만 나와서 작업을 하거나, 안전관리 책임자가 나오더라도 당직자만 나오는 형태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 현장 감리 일을 하는 한 업계 관계자 지 모(34) 씨도 “주말에는 관리자도 쉬기 때문에 공사를 잘 안 하려고 하지만, 공사기간이 촉박하면 최소 인력을 투입해서 하는 경우가 꽤 있다”라며 “월요일 출근해 보면, 일요일 (공사기간이 촉박해서) 이런 작업을 했다는 공사일보가 들어와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요일 건설 현장은 평일보다 사고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 현장 작업 참여 비율을 감안했을 때 주말 중대건설사고가 평일보다 1.2~1.4배 더 발생한다.

10~15년 세종·대전 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해 온 김 모(40대 중반) 씨는 “일요일에는 아무래도 현장 관리자들의 일부가 휴무이고, 노무자들은 평일과 주말 연속근로로 피로가 누적되고, 주의력 및 안전의식이 약화되기 마련”이라며 “실제 건설 현장 사고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출근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휴일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시우 씨 동료들은 “주말에도 일하려면 피곤하지만, 나와 달라고 하면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노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법까지 개정돼 지난해 12월 13일부터 모든 공공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일요일 휴무제’가 시행됐다. 누적된 피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주일 중 일요일만큼은 쉬어야만 산재사망사고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제도다. 하지만 공공보다 더 촉박하게 공사가 이루어지는 민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법에서 민간 주도 건설 현장은 제외됐지만, 건설업계 노·사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일요일 노동을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 9월 16일 건설노조와 전국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계는 “일요일에는 건설 현장도 문을 닫자”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그가 일요일 건설 현장에 출근해야만 했던 이유는 공사기간이 촉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많이 밀렸으니, 일요일에도 나오라고 해서, 팀장이 팀원들을 불러 나가게 됐다”라며 “공사를 약속한 날까지 완료 못 하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니까 재촉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건설업계에서 시공사가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는 최저가 입찰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 경쟁을 하다 보면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줄이게 되는데, 그렇다 보니 주중에 힘들게 일한 뒤에도 쉬어야만 하는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시우 씨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당일은 일요일이다 보니 안전하게 작업을 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관리자들도 일부만 출근한 상태였고, 기존에 사용하던 크레인을 사용할 수 없어서 ‘이동식 크레인’을 불러 위험작업을 해야 했으며, 투입된 노동자들의 피로도 누적된 상태였다. 사고 발생 원인이 많을 수밖에 없던 셈이다.

건설노동자 부고ⓒ김시우 씨 지인 페이스북

산재사망사고 뒤 남겨진 사람들

시우 씨가 숨진 당일 친구 김진욱(가명) 씨는 페이스북에 시우 씨의 부고 소식을 알렸다.

“사랑하는 친구 김시우가 2021년 4월 18일(일) 오전 10시 10분 사망했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상주로는 어머니와 동생의 이름만 있었고, 아버지는 없었다. 시우 씨 가족은 아버지를 일찍 여읜 것으로 알려졌다.

시우 씨와 미래를 약속했던 약혼자도 장례식장 자리를 지켰다. 노조 관계자는 “약혼자가 계속 장례식장에 있었다”라며 “가을에 결혼하기로 하고 결혼반지를 맞췄다는 걸 거기서 들었다”라고 전했다.

동료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노조 관계자는 “취재 응대가 모두 어려울 것 같다. 사고 이후 일도 못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우 조합원은 막내에 속하는 친구이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서 열심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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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