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20세기 문제적 화가, 오키프 특집 강좌

불꽃으로 살다 꽃으로 사라지다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화가” VS “출세를 위해 스타 작가의 정부(情夫)가 된 여자”

오키프 마인드 맵ⓒ기타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는 “꽃과 사막의 화가”로 불린다. 한창때에는 꽃을 그렸고, 중년 이후엔 뉴멕시코 산타페이(Santa Fe)에서 사막에 뒹구는 동물의 뼈와 사막의 꽃을 그렸다. 오키프가 “꽃”을 그렸다고 근대 이전 꽃만 그리도록 교육받았던 여성들의 정물화를 연상하면 안된다. 그의 꽃은 특별했다. 마치 접사(接寫)로 찍은 듯 꽃의 내밀한 속을 그렸다. 꽃을 피우는 식물엔 꽃잎으로 둘러싸인 깊은 곳에 은밀한 방이 하나 있다. 여기에 난소와 밑씨가 있다. 식물학자들은 꽃가루를 정자, 밑씨를 난자로 표현하곤 한다. 오키프가 초창기에 그렸던 꽃들은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 농염한 성적인 암시로 가득 찼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Grey Lines with Black, Blue and Yellow, 1923ⓒ기타
검은 붓꽃. 오키프. 1926ⓒ기타
Jack In the Pulpit. 천남성. 오키프. 1930ⓒ기타

호사가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까지 동원했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은 억눌린 성적인 욕망과 출구 없는 갈등으로 점철되었다는 것이다. 뭉크(Edvard Munch)와 달리(Salvador Dalí)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리비도(LIBIDO)’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했던, 화단에서 인정받은 여성 화가가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다. 남성들의 시선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비난받을수록 그의 작품을 즐기는(?) 대중은 늘었고, 그런 만큼 유명해져 그림도 잘 팔렸다.

이 대목에서 연인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 ~1946)를 빼놓을 수 없다. 잘 나가던 사진작가이자 모더니즘 예술의 선구자였던 그는 ‘갤러리 291’도 소유하고 있었다. 피카소, 몬드리안, 마티스 등의 회화를 미국에 처음 소개했던 갤러리였으니 당시 미국 화단에서의 그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오키프가 보낸 소묘를 본 스티글리츠는 '이거다' 싶었다.

“나는 꽃을 그렸을 뿐, 내 그림에서 성적 이미지와 욕망을 봤다면 그것은 감상자가 자신의 집착을 본 것일 뿐이다

그는 오키프의 허락 없이 그녀의 작품을 자신의 갤러리에 전시했다. 예술을 논하기 위해 만난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스티글리츠가 유부남이었다는 것. 그는 오키프를 주류세계에 내세우며 관능적 암시가 강한 기획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오키프의 작품이 에로티시즘(eroticism)이란 고정된 시선으로 읽히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절이었다. 8년의 열애 끝에 둘은 결혼했고 이때 스티글리츠의 나이 60살, 오키프는 37살이었다. 남성들은 오키프의 작품뿐 아니라 그녀의 몸도 소비했다. 스티글리츠는 오키프와 헤어지기까지 350점이 넘는 그녀의 누드를 찍어 발표했고 작품은 스티글리츠의 의도와 달리 ‘그럴듯한 포르노그라피’로 소비되기도 했다.

Georgia O’ Keeffe. Alfred Stieglitz.ⓒ기타
Georgia O’ Keeffe. torso no13. Alfred Stieglitz.ⓒ기타

“내 생의 나머지를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추종하면서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스티글리츠가 22살의 여성과 다시 사랑에 빠지자 오키프는 우울증과 심장병, 대상포진 등에 시달리며 세월을 견뎠다. 그리고 그는 뉴 멕시코의 사막으로 사라졌다. 그곳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색깔을 가진” 사막의 풍광에 흠뻑 빠졌다. 사막의 언덕과 죽은 짐승의 두개골, 조개껍질, 밤하늘, 식물의 기관을 그렸다. 물도 들어오지 않는 집이었지만 너무나 고독했기에 가장 평온한 곳이었다. 말년에 점차 시력을 잃어가던 그녀는 감촉에 의지하며 도자기를 만들었다. 동네의 20대 청년 예술가가 그녀의 작업을 도왔다.

접시꽃과 숫양의 두개골. 오키프. 1935ⓒ기타
Roard past the view. 오키프. 1963ⓒ기타
오키프. Out Back of Marie's Ⅱ. 1930ⓒ기타

한국 최초의 아시안 게임이 열렸던 1986년, 우리 나이 100살에 오키프는 죽었다. 그는 유언장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60살 연하의 청년 존 해밀턴에게 유산 7,600만 달러(약 850억 원)를 상속한 것이다. 유족들은 소송으로 맞섰지만 법원은 둘의 관계를 동료 이상의 연인으로 추정해 해밀턴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존 해밀턴은 오키프의 명예를 위해서였는지, 돈 때문에 그녀 곁에 머물렀다는 세간의 풍문을 의식해서인지 상속을 포기했다. 어쩌면 그에게 돈 따위는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추문은 오키프가 죽기 전에도 있었다. 이에 해밀턴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동년배 간의 우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작자들이 노인과 젊은이의 우정을 이해할 리 없다”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오키프는 이렇게 썼다.

“남성 예술가는 젊은 여성과 염문을 뿌린다. 그런데 내가 젊은 남자를 사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충격적이라고 한다.” - 조지아 오키프

흰독말풀. 1932. 작품 앞의 오키프ⓒ기타
흰독말풀. 오키프. 1932ⓒ기타

누구는 그녀를 원초적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그 어떤 유럽의 사조에도 포섭되지 않았던 “위대한 여류화가”라고 했다. 하지만 오키프의 생각은 달랐다.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권리만큼 경제적 능력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자신은 위대한 여류 화가가 아니라 그저 “위대한 화가”라 응수했다. 1970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선 오키프 회고전을 대대적으로 열었고 미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현 세기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았다. 2014년 뉴욕에서 그의 1932년 작품 ⟪흰독말풀⟫이 4,400만 달러(500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당시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거금이었다.

오키프는 꽃을 그렸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 무엇, (아름답다는 말은 너무 게으른 표현일 것이다)을 보았고 자신만이 볼 수 있었던 것을 대중에게 주었다. 한 세기를 불꽃처럼 살아 다음 세기에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작가, 조지아 오키프 특별 강좌를 연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서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도슨트 김지환
전 남서울대 교수. 서양미술과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
* 재미와 소통, 감동까지. 수강 만족도가 가장 높은 강사님입니다. 이 분 강좌를 못들은 분들은 많지만 한 번만 들었던 수강생은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 일정:2021. 5월 13일.(목)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2시간씩. 3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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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정원:12명 (최소 수강정원 7명)
* 정원 미달 시 한 주씩 연기될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서 작성 http://reurl.kr/1991076CEDQ
○ 강좌문의:[email protected]

오키프 특집 3주간 강의일정

1강. 오키프의 그림
ㅡ 내면의 목소리를 찿아서:재능과 혼란의 시간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 오키프

2강. 오키프의 남자
ㅡ 성공의 사다리를 딛고서:누드 모델과 화가의 시간

" 내가 사진 한장을 만들때, 나는 사랑을 한다."
- 스티글리츠

3강. 오키프의 여행
ㅡ 새로운 기쁨을 만나서:회복과 우정의 시간

"나는 새롭게 시작해, 내가 배운 것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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