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부동산 불평등의 역습④] ‘영끌’ 엄두도 못내니...평생·기본주택 대안 기대

평생주택 입주 자격 완화, 계약기간 6년->30년으로…30평대 임대주택도 건설 기본주택, 주택도 전기처럼…입주자격 폐지


부동산이 심화시킨 불평등의 골,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디에 있는지 5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① LH 투기 의혹은 어디에 기름을 부었나
② 세금 제대로 물렸다면…LH 직원들은 투기 못했다
③ 반값 아파트 흑역사:야심찬 정책 어이없는 실패
④ ‘영끌’ 엄두도 못내니…평생·기본주택 대안 기대
⑤ 사유재산, 정말 합리적입니까

영끌이나 패닉 바잉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고유명사가 된 듯하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대표적 단어들이다. 가격 급등에 패닉이 온 30·40대 무주택자들이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앞다퉈 나섰고, 자금이 부족해지자 신용대출이나, 인터넷은행 마통(마이너스통장), 카드론까지 끌어모았다는 자조 섞인 신조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주택매매 평균 연령은 최근 2년간 대폭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 30~40대 매수 비율은 60.8%로 30.6%를 기록한 50대 이상의 2배에 달했다. 지난해 생애최초주택 마련 평균 연령은 39.1세로 낮아졌다.

영끌이라도 해볼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높아진 문턱은 부린이(부동산을 잘 몰라 공부하는 어른을 어린이에 빗댄 말)보다 부포자(부동산 소유를 포기하는 사람들)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저소득·청년층은 물론 중산층에서도 주택 마련이 버거운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 강조한 평생주택, 내용은?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는 “주택 문제가 당면한 최고 민생과제”라며 ‘질 좋은 평생주택’을 강조했다.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주거 불안 문제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데 따른 조치다.

3개월 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임대주택에 부과했던 입주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공급 평형을 넓히는 내용을 담은 ‘평생주택’ 실시 계획을 내놨다. ‘복도형 성냥갑’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임대주택의 질도 대폭 끌어올려 인식을 바꿔나간다는 계획이었다.

청년이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는 최대 10년이었다. ‘평생주택’은 계층과 관계없이 소득과 자산요건을 충족하면 이 기간을 30년으로 대폭 늘렸다. 20·30대에 입주하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주거안정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소득 요건을 완화했다. 현재는 4인가족 기준 월 소득이 633만원 이하여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다. 이 기준을 100만원 가량 완화해 731만원 까지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2인 신혼부부라면 463만원, 1인 가구라면 274만원 이하 소득자가 신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넓혔다.

임대료 체계도 합리화 했다. 위치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임대료를 소득 연계형체계로 개편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시세 대비 임대료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월 소득이 180만원인 노동자가 행복주택에 내는 임대료를 시세의 65% 수준으로 납부한다면 월소득 350만원인 노동자는 같은 주택에서도 90%까지 부담하는 형식을 갖는다.

지금까지 임대주택은 1인 8평형, 2~3인 12평형, 4인 이상은 18평형 등으로 소형 평수만 공급했다. 평생주택은 3~4인에게 25평형, 4인 이상에게 30평형을 공급하는 등 임대주택 공급 평형수를 넓혔다. 가구원 수 기준에 맞지 않지만 넓은 평수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임대료를 조금 더 내고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간 임대주택은 ‘품질이 나쁘다’는 인식 개선을 시도한다. 토지는 공공이 공급하고 설계와 건설은 민간이 담당하는 분양+임대 통합공모 사업으로 확대·개편한다. 성남 금토, 고양 장향 등에 올해부터 첫 삽을 뜬다. 디자인을 특화하기 위해 설계공모전 대상 단지를 확대하고 주요 마감재를 분양주택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향상키로 했다.

정부는 30평형 평생주택을 오는 2015년까지 6만3천호 공급하며 지속해서 확대를 모색한다.

경기도 기본주택, ‘보편 주거공급’ 인식 확산할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도형 기본주택’은 정부의 평생주택과 비슷한 듯 하지만 저간에 흐르는 철학이 다르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보편적 주거서비스’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적정한 가격으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듯, 주거 역시 보편적 공공서비스로 공급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때문에 기본주택에는 입주 자격 제한이 없다. 한국전력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데 소득에 따라 누구는 전기를 많이 쓰고 누구는 적게 쓰는 제한을 받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무주택자라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다. 입주 기간은 최초 30년이고 재임대가 가능하다.

그간 임대주택은 교통이 불편한 신도시 구석에 공급돼 왔다. 수요자들이 입주를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주택은 역세권 등 핵심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경기도는 역세권에 개발 가능 용적률을 상향해 재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50% 수준인 용적률을 500%까지 끌어올려 사업성을 높인다.

사업비를 상쇄하더라도 임대주택을 공기업이 소유하면 회계상 적자가 꾸준히 쌓인다. 경기도는 리츠에 소유권을 넘기고 이를 임대사업에 이용해 공기업의 회계 적자 부담을 우회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을 1%까지 끌어 내려 기본주택 사업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기도는 기본주택 표준모델을 3기 신도시에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급 비율을 정한다. 아파트 10만채를 공급한다고 하면 중앙정부가 5만채를, 나머지를 경기도와 해당 자치단체가 5만채 공급하는 식이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 도 공급 물량 중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의회는 투기 의혹으로 신뢰를 상실한 LH 대신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물량 100%를 공급하게 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경기도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기본주택의 공급 물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임대형과 함께 분양형도 규정하고 있다. 분양형은 토지임대부 주택에 공공환매 조건을 붙인 방식이다. 분양가에 토지비를 제외해 저렴하게 팔고, 수분양자가 매각을 원할 경우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되파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은 적절한 이윤(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인정액 산정)을 인정한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일시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홍민철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