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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평등의 역습③] 반값 아파트 흑역사 : 야심찬 정책, 어이없는 실패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의 처참한 실패와 교훈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 반값 아파트


부동산이 심화시킨 불평등의 골,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디에 있는지 5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① LH 투기 의혹은 어디에 기름을 부었나
② 세금 제대로 물렸다면…LH 직원들은 투기 못했다
③ 반값 아파트 흑역사:야심찬 정책, 어이없는 실패
④ ‘영끌’ 엄두도 못내니…평생·기본주택 대안 기대
⑤ 사유재산, 정말 합리적입니까

해마다 수차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됐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투기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외쳐 대지만 공허하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 가격은 올랐고,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알쏭달쏭이다. 정부 발표문과 뉴스를 유심히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문용어와 복잡한 세금 구조가 가득하다.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은 그래서 더 직관적이고 강력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남았다. 신기루 같은 묘한 작명이었다. ‘10여년 열심히 저축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권은 반값 아파트를 추구했다. 하지만 실현시키지 못했다. 나중엔 아무도 반값 아파트를 믿지 않게 됐다.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 무엇이 반값 아파트의 꿈을 가로막았던 것일까. 지난 10여년, 반값 아파트 역사를 돌아봤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지난해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세종시에 반값 아파트만 가득 했다면…

2005년,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고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가 대안으로 추진됐다. 지금의 3기 신도시처럼, 당시에도 예정지 인근에 땅투기 바람이 불었다. 4조원에 달하는 보상비를 노린 투기꾼들이 충청남도 연기군으로 몰렸다. 그해 전국 토지는 평균 5% 올랐는데, 연기군 상승률은 이보다 4배 높은 20.4%에 달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업가, 의사, 교수, 공무원까지 투기에 나섰다 덜미를 잡혔다. 검거된 투기사범은 모두 700여명에 달했다. 투기꾼들은 불법 증여 수법을 썼다. 정부는 연기군 예정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를 차단했는데, 증여한 것처럼 속이고 소유권을 이전했다. 뒤로는 몰래 매매계약서를 썼다. 적발된 인원은 700명이었으나, 법망을 피해간 투기꾼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했다.

투기 세력이 노리는 개발이익을 막는 방안이 필요했다. 곳곳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해 8월, 국책연구원 격인 주택도시연구원(현 토지주택연구원)은 ‘공영개발확대와 토지 및 주택공급 방식의 다양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에서 도시계획 등을 전공한 당시 박헌주 연구원장의 지시로 발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싱가포르의 토지 비축제나, 일본 입체환지제(소유한 토지 넓이에 비례해 건물을 보상하는 방식) 등 한국에선 낯선 형태의 공공개발 모델이 소개됐다.

보고서는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검토했다. 땅은 공공이 갖고 그 땅에 지은 아파트만 분양하는 공공개발 방법이다. 토지를 공공이 계속 보유하니 오른 땅값은 온전히 정부가 가져갈 수 있다. 보유한 땅은 나중에 다시 개발할 수 있었다.

분양 받은 사람들도 이익이었다. 분양가는 토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붙어 결정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분양가에서 택지비를 제외하니 그만큼 저렴했다. 분양가가 낮으니 세금도 절약된다. 대신 분양 받은 사람은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연구원 보고서는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적극 제기했던 내용을 구체화했다. 사업성도 검증했다.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 2만여평에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을 도입해도 국가가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결론냈다. 총사업비가 6조7천억원 드는데 수입은 6조9천억원으로 2천억원 이상 순수익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존 분양방식으로 하면 순수익이 1조5천억원으로 토지임대부 분양보다 7배 높지만, 여러 장점을 고려하면 토지임대부 주택분양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주장한 내용을 엉뚱하게도 야권이 먼저 받아 공세에 나섰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근거로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안은 야당 당론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홍 의원의 반값 아파트는 현실화하지 못했다. 반대가 거세졌다. 예나 지금이나 재정 부담론이 득세했다. 땅값이 이미 많이 올랐고, 오른 땅값으로 매입을 하면 부담이 국민 세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부지 조성비용을 정부가 회수하려면 통상 3~4년이 걸리는데 토지임대부는 40년이 걸려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는 것은 사회주의식 개발’이라는 묻지마 색깔론까지 등장하며 토지임대부 개발은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야권이 들고나온 ‘반값 아파트’ 프레임에 정부와 여당은 우려를 제기했다. 토지임대부로 공급하면 이후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분양받은 사람이 독차지하는 ‘로또 아파트’가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대안으로 환매조건부 주택을 제시했다. 분양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낮추고, 분양받은 사람이 아파트를 되팔 때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팔도록 의무화 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시세와 관계없이 일정 수익률만 보장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이었다.

3억원에 분양받은 사람은 20년 뒤, 시세가 10억원이 돼도 은행 이자율 수준의 수익(연3%, 1억8천만원)만 보장해 4억8천만원에 공공기관이 되사는 것이다. 정부는 10억원짜리 아파를 5억원도 안되는 돈으로 사서 저렴한 가격에 되팔아 시장을 안정화 한다. 수분양자는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해 살았기 때문에 일부 수익을 포기하는 구조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작용했다. 여당은 야당이 쳐놓은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프레임에 빠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토지임대부 분양은 토지확보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생각해보면 실효성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면서 “이에 반해 환매조건부 분양은 재원 조성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총리나 건교부장관 등도 유사한 주장으로 야권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격했다.

당시 세종대 교수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변창흠 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환매조건부 주택을 ‘공공자가주택’으로 규정하고 유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반값 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토지임대부 분양과 환매조건부 분양 모두를 시범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참여정부는 2007년 1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 안에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을 각각 400호씩 지어보겠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둘 중 국민의 선택이 무엇인지 받아보자는 뜻이었다.

세종시 아파트 단지 위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반값 아파트 실험,
예정된 실패인 이유

2007년 10월 15일,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시범사업 아파트 청약 접수가 시작됐다. ‘반값 아파트’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25평형 분양가가 2억4,982만원이었다. 같은 평수 인근 아파트가 2억9천~3억원대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시세의 80%에 달했다. 시세차익을 포기해야 하는 조건을 생각하면 선뜻 청약통장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같은 평형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시세 절반 수준인 1억5,440만원에 분양됐다. 약속한 반값 아파트였다. 하지만 토지임대료가 생각보다 많았다. 25평형 임대료가 40만원 수준이었다. “40만원짜리 월셋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흥행은 참패였다. 미달이 속출했다. 총 804채 가운데 119채만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신청률은 14%에 그쳤다. 정부는 한 달 뒤, 청약 조건을 대폭 완화해 재분양에 나섰지만 48명이 추가 신청했을 뿐이다. 78%가 미분양이었다. 언론은 ‘반값 아파트가 두번 죽었다’고 비아냥댔다.

실패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야당이 주장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공사가 사업비를 부풀렸다”는 고함이 국감장에서 터져 나왔다. 환매조건부 제도를 입법했던 여당 의원도 “이름만 같을 뿐 내용이 완전 다르다”고 반발했다.

참여정부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에 적극적이었던 참여정부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아파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거봐라, 안되지 않냐’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시범사업”이라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 시범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시범사업이 진행됐던 군포시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군포시 도시가치가 하락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미분양은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권이 바뀌고, 2년 뒤인 2009년 MB정부는 토지임대·환매조건 아파트 미분양분을 모두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팔고 기존 계약자들도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

반값 아파트 실험은 초라한 막을 내렸다. 여·야·정을 떠나, 모두 공감하는 실패 원인이 있었는데 “분양가가 너무 높았다”는 점과 “경기도 군포는 인기가 없는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밀고 재등장한 토지임대부 분양
강남·서초서 초대박

출범 2년 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강남·서초 인근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풀어헤쳤다. 애초 2018년까지 단계적 해제가 계획돼 있었지만, 자신의 임기(2012년)까지 모두 풀어 주택 6만호를 건설하겠다는 ‘서민주거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화훼농원이나 주택, 창고 등으로 이미 훼손돼 보존 가치가 없다는 논리를 끌어왔다. 계획 이름이 보금자리주택이었다. 당시 서울시장이 오세훈 현 서울시장 후보였다. 부인이 증여받아 수십억원대 보상금을 받았다는 땅이 바로 서초구 보금자리주택 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밀어버린 그린벨트에 자신들이 주장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을 다시 지었다. 홍준표 의원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이 법을 근거로 ‘반값 아파트’ 실험을 다시 시작했다.

실패한 군포를 교훈 삼았다. 토지비가 저렴한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가를 낮췄다. 인기 좋은 ‘강남·서초권’으로 입지를 확정했다.

계획은 성공했다. 반값 아파트가 아닌 ‘반의반 값 아파트’가 등장했다. 2011년 분양한 서초보금자리지구 토지임대부 주택 25평형 분양가는 2억원이었다. 인근 우면동에 있는 아파트 시세 6억5천만원의 1/3수준이었다. 토지 임대료를 매달 45만원 내야 했지만, 전셋값 수준으로 강남에 내 집 마련 기회가 열렸다. 강남보금자리지구(세곡동) 25평형 분양가도 2억2천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은 대성공이었다. 148가구를 모집하는 일반분양(서초)에는 1,254명이 몰려 8.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의반 값 아파트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2010년 울주군 고리원전 제2건설소를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제공 : 뉴시스,청와대

MB정부, 반값 아파트 포기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세계 부동산 시장을 덮쳤다. 원인은 미국 부동산 가격 폭락이었다. 미국에서 시작한 부동산 폭락은 전세계를 강타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여정부 내내 수직 상승하던 아파트 가격은 MB정부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MB 정부는 참여정부가 걸어둔 투기 빗장을 대폭 완화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1주일에 1천만원씩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2011년 초, 11억5천만원에 거래됐지만, 그해 연말 9억5천만원으로 2억원 이상 가격이 빠졌다.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바로 그 시기 공급됐다. 가뜩이나 하락하던 아파트 가격은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를 일부 포함한 보금자리주택의 저렴한 분양가에 된서리를 맞았다.

건설업계에선 곡소리가 나왔다. 땅을 싸게 사서 높은 분양가를 받고 팔아 수익을 올리는 건설업계는 죽을 맛이었다. 그즈음 한 경제지 논설위원이 ‘보금자리주택의 재앙’이라는 칼럼을 썼다. 칼럼은 “전셋값이 올라가는 원인이 보금자리주택에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시범지구에서 반값 분양이 되자 온통 보금자리주택만 쳐다보면서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고 전세만 찾게 됐다”는 것이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실시한 보금자리주택이 되레 서민주거를 헤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속내는 따로 있었다. 칼럼은 “정부가 독점한 그린벨트 요지의 값싼 보금자리주택에 밀려 민간 건설회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적었다.

여당에서 ‘반값 아파트 금지법’이 발의됐다. 그린벨트에 짓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 건설업체를 참여시키고, 정부가 분양가를 (높게)통제해 주변 시세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황당한 법안이었다. ‘분양받은 사람에게만 수익이 돌아가니 문제’라는 논리가 또 동원됐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법안을 ‘중점처리법안’으로 정했고 무난히 국회를 통과했다.

MB정부에서 화려하게 재등장했던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는 벚꽃처럼 짧게 시들었다.

분양가의 6배로 폭등...무늬만 반값 아파트

지난해, 변창흠 전 LH 사장이 국토부 장관에 지명됐다. 그가 학자 시절 주장했던 환매조건부 주택이 재조명받았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택 시장을 ‘반값 아파트’로 안정화 시킬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MB정부가 추진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변창흠 표 공공자가’로 둔갑해 언론에 소개됐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정책이 추진될 당시 변창흠 당시 교수는 참여정부 여당이 추진한 환매임대부 주택을 ‘공공자가’로 규정했다. 언론은 MB의 토지임대부 주택 가격이 5배 넘게 올랐다는 것을 근거로 변창흠 장관의 환매조건부 주택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분석을 내놨다.

보도대로 서초·강남에 있는 MB정부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는 가격이 크게 올랐다. 두 아파트 25평형은 2억원대에 분양됐다. 최근 실거래가격은 11억2천만원(강남), 12억7천만원(서초)이다. 호가는 1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 대비 5배에서 6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인근 단지와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남 토지임대부 아파트 인근 세곡푸르지오 동일 평형대는 평균 13억원대에 거래된다. 토지임대부 아파트 11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토지임대부 아파트 월 임대료가 40만원임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는 미미하다.

서초동 토지임대부 아파트와 인근 일반 아파트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진 서초네이처힐6단지는 평균 매매가 13억4천만원으로 토지임대부 서초 아파트 12억7천만원과 불과 7천만원 차이다.

10년 전, 두 아파트 분양가는 인근 단지 분양가 1/3 수준이었지만, 10년 만에 인근 시세와 같아졌다. 토지 임대부 반값 아파는 주변 시세를 낮춰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과는 거리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패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토지임대료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이다. 주변 시세가 10% 올라가면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임대료도 그만큼 올라야 하는데 매년 5% 수준에서 인상 폭이 제한됐다. 결국 임대료 부담이 낮아졌고 이런 장점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강남 토지임대부 25평형 주택 올해 임대료는 4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을 최대 5,800만원까지 넣으면 임대료는 15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시장에선 인근 아파트 가격에서 최대 보증금 5,800만원을 빼고, 월 15만원 임대료 부담을 추가 차감한 금액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거래하는 관행이 생겼다. 주변 시세가 오르면 반값 아파트 가격도 따라 오르는 것이다.

땅주인인 정부가 임대료를 낮춰줬는데 낮은 임대료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정작 정부가 환수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출발점이 ‘불로소득 환수’라는 철학적 배경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성영 희년함께 토지정의센터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불로소득 차단을 통해 실사용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 급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라며 “강남·서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투기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렴한 토지임대료를 보장해주되 환매조건을 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여년 뒤에 여야 협치?
반값 아파트 마지막 실험 시작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MB정부의 반값 아파트 실패를 교훈 삼았다. 토지임대부 주택에는 환매조건이 붙었다. 신설된 주택법 78조의 2항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받은 자가 양도를 하려는 경우에는 LH에 해당 주택의 매입을 신청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10여년 전, 여야가 각각 주장했던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결합된 형태다.

관건은 향후 정부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에 얼마나 많은 반값 아파트가 등장할 것이냐다. 정부는 이번에 논란이 된 3기 신도시 등에 환매조건을 붙인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반값 아파트가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공급 규모에 따라 파급력은 달라질 전망이다.

기본 토지임대와 환매조건부 개념을 비틀어 신종 분양도 시행한다. 분양가의 20~25%만 내고 일부 지분을 취득하고 향후 20~30년간 나머지 지분을 차츰차츰 늘려가는 지분적립형 주택이다. 25%의 지분을 취득한 사람은 나머지 75%에 대한 임대료를 낸다. 25평 아파트 가격 중 3평을 먼저 사고 나머지를 4년에 한번 2평씩 사들이는 방식이다. 대신 추가로 2평을 살 때는 4년간 오른 아파트 가격을 반영해 시세차익을 정부가 환수한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분양가를 대폭 낮춰 내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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