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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의 위기 ②] ‘적자→찔끔 지원’ 계속되는 땜질 처방, 진짜 대안은 없을까

마을버스위기가로2ⓒ일러스트 신지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시 마을버스 역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승객이 급감하면서 재정 적자를 호소하는 업체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마을버스 업계도, 교통 전문가도 "이전부터 곪았던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마을버스 어려움의 원인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없을까요. 민중의소리는 '마을버스의 위기' 기획을 통해 그 원인과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취재 남소연·조한무, 사진 김철수, 일러스트레이션 신지현

[마을버스의 위기 ①] 우리 동네 구석구석 누비는 마을버스가 멈춰서고 있다
[마을버스의 위기 ②] ‘적자→찔끔 지원’ 계속되는 땜질 처방, 진짜 대안은 없을까
[마을버스의 위기 ③] 수도권 첫 ‘버스 공영제’ 화성시 가보니…승객도, 기사도 웃었다

"그동안 곪아왔던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터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중된 것일 뿐, 마을버스 문제의 심각성은 계속 이어졌었다"

마을버스가 직면한 위기를 물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진단이다. 코로나19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은 맞지만 현재의 어려움만 봐서는 마을버스의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공공성이 강한 마을버스가 수익성이 강한 민영제로 남아 운영되는 모순이 존재한다.

현재 서울시 마을버스의 운영방식은 민영제이지만 적자 업체의 경우 시로부터 재정보조금을 받게 되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분류된다. 이렇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구조적인 제도 변화를 고민하는 대신 적자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땜질 처방만 매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 5년간 추이만 보더라도 서울시가 재정 지원한 마을버스 업체와 금액은 늘어가는 추세였다. 민영제에서도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의미다.

운영 체계는 놔둔 채 지원 제도만 정비하려는 서울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넘어 근본적인 대안 없을까

대중 교통수단 중 하나인 마을버스는 수익성만을 따질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공공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이 재정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입하느냐다.

서울시도 지금과 같은 지원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초부터 '서울시 마을버스 정책 합리화 방안 및 발전 방향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반영해 하반기에는 마을버스 관련 정책을 일부 수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최근 적자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도 커지고 있어 마을버스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과 (마을버스 업체의) 경영 합리화 방안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재정 지원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과 적정한 운송원가를 산정하는 내용, 그 외에도 장기적으로 마을버스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갖가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검토 중인 마을버스 정책 합리화 방안은 민영제라는 현재의 운영체계를 놔둔 채 재정 지원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이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구한다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임시방편 성격이 짙어 보인다.

서울 종로구 명륜3가 명륜길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를 타고 오신 어르신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1.03.19ⓒ김철수 기자

현재 서울시는 공영제 전환 등 운영체계 개편 방안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영제인 구조를 놔둔 채 적자를 보전해주는 식의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지원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지원이 유지될 경우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필요로 하는 시민들보다는 마을버스 업체를 위한 지원으로만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교통 전문가인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마을버스가 어렵다는데 왜 사업권을 반납하는 곳은 없는 것인지, 경영이 어려워 노선을 내놓은 경우 그 노선을 인수하는 업체는 왜 반드시 있는 것인지.

김 위원장은 업체가 가지고 있는 노선 자체가 일종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도 "일단은 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구조를 놔두고 재정 투입만 계속될 경우 시민의 편익보다는 업체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이제라도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운영체계를 두고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이 계속될 경우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민간 사업자 지원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자가 필요하지만 마을버스 운영 체계에 대한 개편과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식은 민간 사업자 지원제도로 전락,
공공성 강화 위한 운영 체계 개편해야" 제안도
일부 지자체에서도 마을버스 공영제 실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운영 체계를 다양화해보는 정책부터 추진해 볼 수 있다. 현재 100% 민간 업체가 운영 중인 마을버스를 바로 공영제로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 노선은 민영제로, 일부 노선은 공영제로 운영해보면서 장기적으로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법적인 근거도 이미 마련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서는 서울교통공사가 기존의 노선과 중복되지 않는 마을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는 마을버스가 반드시 필요한 교통 사각지대에 노선을 신설해 우선적으로 공영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하나의 방법밖에 없어서 민영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최선이 아니다"라며 "마을버스 운영의 다양성을 위해서 공영 마을버스 운영체계를 도입하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개입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이 실장은 "영세한 마을버스 같은 경우에는 서울교통공사가 통합해서 공영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마을버스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은데 서울교통공사가 마을버스를 운영하게 된다면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수익 노선은 수익 노선대로 노선이 집중돼 있는 반면에 다른 지역은 노선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마을버스 공영제가 실시될 경우 시민들의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관점에서 노선을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악한 마을버스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명륜3가 명륜길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가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2021.03.19ⓒ김철수 기자

마을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게 된다면 교통 약자들을 위한 저상버스나 환경 문제를 고려한 전기버스 등의 도입 역시 수월해질 수 있다. 사업주가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민영제에서는 다양한 공공성 강화 정책들이 시행되기 쉽지 않지만 공영제 체제에서는 이와 관련된 지원들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적이기만 한 요구는 아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준비했었던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도 바로 '마을버스 완전 공영제'였다. 마을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공영화는 진보 정당이 선거 때마다 주요한 공약으로 다뤄왔던 의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지자체가 민간 업체에 (재정을 지원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악화되고 수익성 저하로 갈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전체 교통망 체계 내에서 공영화하고, 수익 구조와 재원을 마련해 서울시 책임으로 (마을버스 운영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서울시에서는 계속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많은 시민들, 특히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분들을 위한 교통정책은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발이 되고 피가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마을버스 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마을버스 완전 공영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세종시도 공영제를 실시 중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화성시가 15대 마을버스(17개 노선)를 공영제로 운영 중(3월 현재 기준)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매년 재정지원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버스 서비스 향상은 이뤄지지 않는 등 업계 자발적 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며 "재정 지원 규모, 노선 변경의 용이성, 장래 인구증가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공영제가 가장 바람직했다"고 공영제 실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도 광주시도 오는 5월부터 마을버스 완전 공영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6개 노선에 총 13대의 마을버스가 투입된다.

서울 종로구 명륜3가 명륜길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가 운행을 하고 있다. 2021.03.19ⓒ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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