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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가을소풍] 신들의 정원, 서오릉에서 만나요

지난 달 경주답사는 꿈결인 듯합니다. 여행의 묘미는 길동무와 날씨, 그리고 변수로 인한 것이라지요. 신묘한 안개 속에 정체를 드러냈던 석굴암, 물비린내 속에 추억을 던져두고 왔던 감포해변, 천혜의 명당 옥산서원의 계곡 모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감은사 터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주는 곳이다.
감은사 터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주는 곳이다.ⓒ이산아카데미

올해의 마지막 가을엔 부담없는 당일치기 소풍을 잡았습니다.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오릉입니다. 단풍철에 그 운치가 더해지는 서오릉의 경관에 대해 조선의 능에 대한 한국의 철학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족이나 벗들이 함께 천천히 둘러보는 소풍같은 답사입니다. 답사해설은 한국건축전문가 서경원 작가님이 해주십니다. (저서:한국건축 속 인문학) 아래의 답사안내 기사는 서경원 작가님이 보내주신 원고입니다.

일정:10월 26일(토) 오후 2시 ~ 4시 30분
집결:서오릉 매표소 앞 이산아카데미 깃발
답사비:2만 원 (입장권 포함)
답사신청 (우측 클릭) http://reurl.kr/3E94EB7FHI

이번 경주 답사 때의 모습니다. 평생 절집과 한국건축을 놀이터 삼아 공부하며 물어왔다. 한국건축은 서구 미학의 눈이 아닌, 한국철학의 바탕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을 지녔다.
이번 경주 답사 때의 모습니다. 평생 절집과 한국건축을 놀이터 삼아 공부하며 물어왔다. 한국건축은 서구 미학의 눈이 아닌, 한국철학의 바탕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을 지녔다.ⓒ이산아카데미

영욕과 애증의 조선사, 서오릉(西五陵)

궁궐에서 보아 서쪽에 다섯 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이라 합니다.
세조의 맏아들 의경세자(懿敬世子)가 스무 살에 요절하여 첫 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되었지요. 이미 고인이 된 현덕왕후는 자기 아들을 죽인 시동생 수양대군(세조)에게 저승에서도 저주를 퍼붓습니다. 현덕왕후는 세조의 꿈속에 나타나 침도 뱉었다지요. 그 침을 맞은 세조는 종기를 얻어 평생 힘들어하며 시달립니다. 또 세조는 형수의 무덤을 파헤쳐 강물에 버려버릴 정도로 서로 철천지원수 사이였답니다.

세조의 둘째 아들이 조선의 8대 왕 예종이 되지만, 1년 2개월 만에 훙서(薨逝)하여 서오릉에 묻힙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벌어진 가족 간에 비극 때문인지, 할아버지인 세종대왕의 능을 잘못 쓴 탓인지, 20여 년간 네 명의 왕이 바뀌었네요. 예종이 유일하게 한 일은 서울 대모산에 있던 할아버지 세종의 능을 여주로 천장(遷葬)한 겁니다. 잘되면 조성 탓, 잘못되면 조상 무덤 탓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네요.

명릉(숙종릉)
명릉(숙종릉)ⓒ서경원 제공

숙종은 죽어서도 다섯 명의 부인들과 서오릉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단골인 저 유명한 장희빈의 대빈묘도 경기도 광주에서 여기로 이장해 왔으니까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빈묘 옆에서 춤을 추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하는 기사를 본 적도 있습니다.

자식이 없었던 영조의 정비 정성왕후가 사망하자, 영조는 친히 수릉(壽陵)을 조성하여 부인 옆에 묻힐 당신 자리까지 만들어 놓았지만, 손자인 정조에 의해 동구릉에 묻히고 맙니다. 자기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죽인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일까요? 오로지 정조만 아는 진실입니다. 정성왕후 능은 조선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오른쪽이 빈 일명 “우허제”로 지금껏 남아있습니다.

왕릉이야말로 조선의 산 역사입니다.

이 가을 유네스코에서 “신들의 정원”이라 극찬을 받았던 왕릉으로의 소풍에 초대합니다. 낙엽을 밟으며 자신을 한 번쯤은 돌아보는 고즈넉한 역사여행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한국건축 속의 인문학> 서경원 올림.

서오릉 산책길
서오릉 산책길ⓒ서경원 제공

이산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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